장해성.정갑렬 두 망명자가 밝힌 북한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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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북한에선 경제난으로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며 주민들이 월급을 제대로 못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북한에서 미화 1백달러는 최근 「외화와 바꾼 돈표」2백원,보통 북한 돈 1만8백70원 안팎에 통용되고 있다.
본사는 31일 홍콩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장해성(張海星.51).정갑렬(45)씨가 그간 홍콩 당국에 증언한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다음은 두 사람이 전하는 최근 북한 사회의 단면들이다.
◇경제=보통 사람의 월급은 80~1백원.그러나 張씨의 맏딸 장성숙(25)양은 평양 탄광기계공장 옆에 있는 일룡직장(미사일.대포알 등의 탄피를 깎는 공장)에 나가지만 일감이 없어 자주공장 문이 닫히는 바람에 월 2~10원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방송위 작가였던 張씨의 월급은 1백45원.여기에다2급 작가인 張씨의 경우 한달에 방송극 1편(3백자 원고지 38장 분량)을 쓰면 추가로 원고료 3백원을 받았다.보통사람들에비해 월등히 높은 보수다.
메아리음향사 소장인 鄭씨는 월 1백95원을 받았다.
에너지.식량 부족은 상상을 초월한다.
석탄 부족으로 지난 겨울엔 중앙방송위 작가 30명중 꼭 사무실에 나와야 할 4명을 빼고는 모두 집에서 일했다.식량이 떨어진 주민들은 볏짚을 삶거나 화학 처리한 다음 먹는다.
나무껍질을 먹는 사람이 많아 삼림이 엉망이 됐으며 여자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몸까지 팔기도 한다.
어느 상점에서나 물건을 살 수 있는 외화가 인기다.특히 달러는 뇌물용으로 많이 쓰인다.
鄭씨의 후처 홍종미씨는 딸(7)을 평양의 유명 예술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7백달러를 학교측에 뇌물로 냈다.
암시장에서는 1달러로 2㎏의 쌀을 살 수 있다.
◇김정일(金正日)관련=권력 승계에 관한 공식 발표같은 것은 없었다.그러나 선전 역할을 담당하는 중앙방송위원회 기자.작가 사이에선 「김일성(金日成)3년상」이 끝나는 97년 김정일이 주석직에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 93년 설날 김광호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불러빈 속에 코냑 석잔을 거푸 들이켜라고 강요했다.
金부위원장이 술을 못 이겨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집까지끌고 가게 했다.金부위원장의 얼굴과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또 김일성 80회 생일을 맞았던 지난 92년 백두산 호랑이 사냥 행사가 있어 난리법석을 피웠다.
김일성의 사냥감 호랑이를 찾으려고 명포수 20명이 동원돼 백두산을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호랑이를 찾지 못했다.
◇남북 관계=북한 주민의 50~60%는 먹고 사는 당장의 생존 문제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만일 전쟁이 나면 한국군보다 국가안전보위국 등 10%남짓 되는 착취계급에 총부리를돌릴 북한 군인이 많을 것이다.북한 사회는 곪을 대로 곪아 조그마한 외부 충격만 있어도 쉽게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군인들이 존경하는 장군은 지난해 10월 원수에 오른 최광(崔光)과 장성택(張成澤.김정일 매부)의 형인 장성우(張成宇)대장이다.
◇기타=북한 작가들 사이에선 한국 작가 중 특히 황석영.김성종씨의 작품이 비교적 인기가 높다.張씨는 황석영씨의 대하 소설인 『장길산』을 3부까지 보았다.
올해 초 떠들썩했던 김정일의 동거녀 성혜림 탈출사건을 북한 사회에선 전혀 모른다.
외국 원조단체의 북한 식량지원이 TV등을 통해 가끔 보도되지만 그 초점은 남한이 외국 원조를 방해하고 있다는데 맞춰지고 있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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