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민주 전당대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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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20면

열광하는 수만 명의 청중, 첨단 기법을 동원한 이벤트들, 화합과 단결을 호소하는 열변과 갈채….미국 대선의 본선 게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 풍경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결전의 날(11월 4일)을 두 달가량 앞두고 각각 출정식을 한다. 미국인은 전당대회를 미식축구 수퍼보울 게임처럼 즐기고 열광한다.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다. 하지만 두 당의 전당대회는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가 펼쳐졌던 광장의 열기를 내뿜는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깨끗한 승복을, 당의 새 얼굴이 된 승자는 포용을 각각 강조한다. 이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화합과 단결이다. 그리고 새 시대의 새 비전을 교감하는 장(場)이 된다.

존 F 케네디가 43세의 젊은 나이에 ‘뉴 프런티어’의 기치를 들었던 1960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케네디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남부 출신의 린든 존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공화당에선 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가 러닝메이트로 뽑힌 1980년 전당대회가 성공작이었다. 레이건은 경선 초반 자신을 괴롭혔던 부시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그의 슬로건은 “미국에 다시 아침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 대선은 2000년 조지 W 부시(공화)와 앨 고어(민주)가 맞붙었을 때처럼 1∼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박빙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올 대선의 최대 변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있다. ‘흑인 대통령’의 출현에 대해 백인 유권자가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이다. 여론조사에선 오바마를 지지하고 투표장에선 매케인을 찍는 ‘브래들리 현상’을 민주당 측은 걱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뽑힐 제44대 미국 대통령과 앞으로 4년간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한·미 동맹의 미래 전략은 물론 북한 핵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까다로운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할 파트너다. 하지만 두 후보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히 가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바마는 한국과 관련해 뼈 있는 발언을 하곤 했다. 두 후보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짜임새 있게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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