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성장이 빨라진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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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성장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닫히면서 한창 자랄 나이에 성장이 멈추고 있는 것. 성조숙증의 원인 및 예방·치료법을 알아본다.

소아비만·TV 과잉시청이 원인

성조숙증은 성장을 방해한다. 어린 시절에는 신체 발육이 빨라 또래보다 키도 크고 정신적으로 조숙하지만,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인키는 오히려 평균보다 작아진다.

게다가 나이에 비해 몸이 웃자라다 보니 정서적인 문제와 성격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아의 경우 이른 나이에 생리를 시작하면 생식기가 완전하지 못해 극심한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심할 경우 조기 폐경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의학·한의학박사)은 “소아비만의 90% 이상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진다. 지방섭취와 총 에너지 섭취량이 늘면 2차 성징을 앞당기는 호르몬인 렙틴 분비도 증가한다”며 소아비만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TV 과잉시청이나 과도한 컴퓨터 게임도 문제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 병원의 로베르토 살티 교수는 6~12세 초등학생 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TV를 지나치게 시청하면 몸속의 멜라토닌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사춘기가 앞당겨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사고의 과정이 적은 이러한 활동들은 비만을 유도하며 수면 시간을 줄여 성장호르몬의 원활한 분비를 막는다는 것이다. TV시청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비만 발생률이 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취침시간도 중요하다.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이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심리적으로 편안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는 보고도 있다. 

여아는 30kg, 남아는 45kg에 검진 필요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실제나이와 비교해 뼈나이가 정상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설마…’하며 방관하다가 진단 적기를 놓쳐 비용은 늘어나고 치료효과는 떨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현재 평균키 이상이 되더라도 성조숙증일 수 있으므로 적당한 시기에 성장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검사를 통해 아이의 초경과 변성기를 예측함으로써 성장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병원 선택도 중요하다. 뼈 나이를 측정하는 전문 장비는 서양인의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100%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성조숙증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30kg, 남아는 45kg 정도가 되면 성호르몬 분비가 시작된다. 따라서 여아는 초등학교 3학년, 남아는 4학년 이전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 서정한의원

성조숙증이란

2차성징이 평균보다 빨리 나타나는 현상. 여자 아이는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자 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 성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소아발육 표준치에 따르면, 1977년 고등학교 3년간 남학생이 11.9cm, 여학생이 3.5cm의 성장을 보인 반면 2007년 조사에서는 남학생이 3.3cm, 여학생이 1.3cm에 그쳤다. 이에 따라 초경이나 몽정 등의 2차 성징도 빨라졌다.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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