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후지쓰배 세계 선수권] 사생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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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준결승>
○·이창호 9단 ●·류 싱 7단

제14보(187~205)=백△의 일격에 바둑판은 마치 화살을 맞은 듯 부르르 떤다. 자충을 이용하는 유명한 맥점이 등장한 것이다. 187에 188로 끊고 189로 따낼 때 190 몰자 뒷수가 메워진 흑은 191이 불가피하다. 이리하여 백은 다시 백△ 자리를 따내는 수순(192)을 얻어냈다. 흑 대마가 졸지에 패에 걸려든 것이다. 지옥문 앞에 서 있던 백에 난데없이 햇빛도 화창한 도원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나 꽃놀이 패는 아니었다. 류싱 7단도 193으로 파호하는 최후의 카드를 들고 나와 백 대마를 거꾸로 잡겠다고 덤빈다. 194(189의 곳)로 패를 이을 때 195도 무서운 수. ‘참고도1’ 백1로 잡으면 흑2가 수상전의 급소. 백3으로 빠져도 흑4로 조이면 대마는 서로 빅이 된다. 백의 패국이다. 하나 이번엔 이창호 9단이 196으로 의표를 날카롭게 찌른다. ‘참고도2’ 흑1로 받으면 백2에 이어 선수로 한 수가 는다. 이건 흑대마 전멸.

당연히 류싱도 197로 끊어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난리다. 이번엔 중앙 흑대마가 끊어지며 전쟁의 불길은 엉뚱한 곳으로 번져나간다. 205까지 결국 A의 패로 사생결단을 하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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