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週를열며>자본주의와 종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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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동자는 자본가들에게 궁전을 지어 주지만 자기들은 토굴 속에 살아야 하고,노동자는 아름다운 옷을 생산하지만 그들에게는 누더기만 돌아온다」.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이렇게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유토피아」의 꿈을 제시했다.「모든 사람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각자의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참으로 이상적인 구호가 아닐 수없다.이러한 세계가 이뤄진다면 경제적 평등이 이 뤄지고,사람들은 빈부의 격차 없이 공평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70여년에 걸친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무엇보다 공산주의 이론가들은 인간성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다.그들의 생각대로 「각자의 필요에 따라 생산된 것을 분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능력껏 일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했다.
인간이란 본래 내가 일해서 얻은 결과를 내가 향유할 수 있을때는 최선을 다해 능력껏 일한다.그러나 내가 땀흘린 노력의 결과가 나와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의 필요에 따라 주어질 때 그런 때도 최선을 다해 일할 만큼 인간은 이타적( 利他的)인 존재가 아니다.공산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사람들이 능력껏 일하지 않고,그 결과 생산이 줄어들게 되고,생산이 감소하므로 분배할 것이 부족하게 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돼버린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는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본주의 시대다.이념전쟁은일단 막을 내리고 좀더 잘 살기 위한 치열한 자본주의적 경제 전쟁에 돌입했다.자본주의는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탁월한 제도다.「자기 것」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 고 그 위에 세워진 경제제도이기 때문이다.이 제도는 이윤추구를 목표로 창의력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하게 한다.그러나 자본주의는 부(富)의 분배 면에서 취약점이 있다.부의 불균등한 편재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승리를 거둔 제도이기는 하나 자본주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무엇보다 인간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더 많은 소유를 추구하는 가운데 소유의 양이 가치를 재는 척도가■되 고,「물질의소유」가 「존재의 가치」에 우선하는 가치의 전도를 가져오게 한다.급기야 물질의 소유 자체가 삶의 목적이 돼버려 인간을 소유의 노예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다.물질이 물신(物神)으로 둔갑해 사람들을 물신숭배자로 만들기도 한 다.
고대 가나안 땅에는 바알종교가 성행했다.바알종교는 많은 소유물과 다산(多産)을 추구하는 물신숭배였다.오늘날 자본주의가 「물질지상주의」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현대판 바알종교가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소유의 본능 위에 서 있다.그러나 소유의 욕망이 절제되지 않은 무한정한 탐욕으로 변질될 때 인간성은 황폐해지고,인간은 가장 추한 존재로 추락하고 만다.여기에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종교가 갖는 중요한 역할과 사명이 있다. 참된 종교는 무절제한 탐심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킨다.그리고 자기의 소유를 이웃과 나누며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나눔의 기쁨」과 「나눔의 가치」를 가르친다.사람은 빵(물질)없이 살 수 없다.그러나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더 많은 물질의 소유가 반드시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그러기에 예수께서는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아니하다』고 말씀하시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나눔의 삶」을 가르치셨다.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오늘의 세계에서 종교는 물질 이상의 더높은 가치,더 고귀한 차원의 삶,정신적.영적인 영원한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진정한 종교적 신앙만이 자본주의를 물신숭배의 몰락의 길에서 구원할 수 있다.
박준서 연세대대학원장.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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