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독일영화 "백장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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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상의 실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일상에 함몰된 보통 사람들에게 감동과 회한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독일영화 『백장미』(성베네딕도수도원 시청각종교교육연구회)와 곧 극장에서 개봉될 영국영화 『랜드 앤드프리덤』은 터질듯한 자신감을 간직하고 있는 젊은이나 그 젊음을소진한 기성세대 모두에게 의미있는 사회드라마다 .
미하엘 베르호벤 슈미트 감독의 82년작 『백장미』는 나치의 감시와 폭압이 극에 달한 42년의 뮌헨을 무대로 하고 있다.지적인 강의에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학 신입생 소피 숄(레나 슈톨제)은 나치를 비난하는 삐라가 학교에 뿌 려진 것을 보고 놀란다.오빠 한스에게 이 소식을 전하려던 숄은 오빠의 노트를 보고 이 유인물이 오빠에 의해 작성된 것임을 눈치챈다.나치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끌려간 아버지와 러시아 전선에 나간 군인 애인 사이에서 갈등을 느 끼던 숄은 오빠의 만류에도 반나치 유인물을 만들고 배포하는 백장미단의 일원이 된다.
5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들은 강.온건의 의견 대립,비밀경찰의 추적,종이의 부족 등에도 불구하고 의식있는 철학교수 쿠르트후버의 도움과 숄의 위험을 무릅쓴 활동으로 군대내 반나치주의자들과의 연대,다른 지역으로의 유인물 살포 등을 강행한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발간,운동권 서적으로 널리 읽혀지기도 했던 백장미 사건은 이들의 전원 처형으로 종결된다.그러나 부당한 체제에 맞서 자유를 외쳤던 순수한 젊은이들의 희생은 과장되지 않은 간결하고 의 미있는 영상으로 재현돼 지금 우리 곁으로 왔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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