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관세 30% 이상 감축” 한국시장 추가 개방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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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 협상의 잠정 타협안이 나왔다. 타협안대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농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 농산물 관세를 적어도 30% 이상 감축해야 한다. 다만 마늘처럼 농가 피해가 큰 일부 품목은 관세를 낮추지 않거나 덜 낮춰도 되는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국내 농업에 미치는 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느냐, 개도국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최대 251개 품목이 관세 감축 기준에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농산물 관세를 50~70% 낮춰야 하고,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품목 수도 58개로 한정된다. 쌀은 2004년 별도 협상을 통해 2014년까지 수입량을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국 ·미국·유럽연합(EU)·브라질 등 38개국은 26일(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DDA 주요국 각료회의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수입 조건을 잠정 타협했다.

이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율을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정한 양허관세율보다 선진국은 50~70%, 개발도상국은 33~47% 내리도록 했다. 동시에 ‘민감 품목’과 ‘특별 품목’이란 것을 둬 관세를 목표치보다 덜 감축해도 되는 품목을 정하도록 했다. 각국이 농업 보호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선진국은 특별 품목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개도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했다.

회의는 원래 26일 끝낼 예정이었으나 농업 분야 잠정 타협안이 나옴에 따라 전 분야에서 잠정 타협안을 내도록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최대 쟁점이던 농업 분야에서 타협안이 나옴에 따라 7년간 우여곡절을 겪은 DDA 협상이 타결될 공산이 커졌다. 각료 회의에서 합의안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이행 계획을 WTO에 제출하고, 협상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WTO 총회에서 최종 추인하게 된다.

협상이 이대로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특히 농업 시장을 크게 열어야 한다. 현재 관세율이 360%인 마늘은 민감 품목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관세율을 192%로 낮추도록 돼 있다. 수입 마늘 값이 크게 떨어져 국내 농가에 타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민감·특별품목 지정을 충분히 활용해 국내 주요 농산물을 보호한다는 입장이다.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보호할 장치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했다.

DDA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각국의 수입시장 개방 로드맵을 정한 UR의 뒤를 잇기 위해 2001년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농업 분야에서 각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가 침체하며 개방을 통해 회복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타협안이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혁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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