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돈 의혹'그냥 못 넘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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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각 정당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돈을 둘러싼 잡음과 의혹은 그냥 떠들다 넘어갈 일이 아니다.진상이 규명돼 국민에게 반드시 알려져야 하고,각 당은 구구한 변명으로 시간만 끌게 아니라 스스로 진상을 밝히는 것이 그나마 덜 비난받 는 방법이 될 것이다.
먼저,유준상(柳晙相)의원 등 일부 공천탈락자의 발설(發說)로알려진 국민회의의 공천을 둘러싼 돈의혹에 대해 국민회의는 사실대로 공개하기 바란다.柳의원은 20억원 헌금을 하지 못해 탈락했다고 주장하고,자기가 낸 특별당비 1억원과 후 원금 1억원을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또 그는 작년 김대중(金大中)총재생일때 1억원을 냈고,아태재단에도 1억원을 냈다고 한다.놀랍고의아스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특히 생일에 1억원을 내다니 이게 상식에 맞는 얘기인가.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탈락자들이 더 있는 것으로 봐 공천에 앞서 국민회의에서는 상당한 돈이 오간 것 같은 의심을 안 가질 수 없다.심지어 부인끼리의 모임에서 柳의원부인이 권노갑(權魯甲)부총재부인에게 1백만원을 건넸으나 權부총재측이 돌려줬다는 말도 나왔다.물론 이런 柳의원측 주장에 대해 당측에서는 부인하고있지만 그냥 부인만 할게 아니라 공천과 관련한 헌금(또는 후원금)을 받았는지,받았다면 그 규모와 처리방안은 무엇인지 좀 더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신한국당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아들이 말했다는 『쓸만큼 주었다』는 대선자금에 대해 입장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盧씨 아들은 곧 그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지만 盧씨의 대선자금지원에 대한 신한국당의 부인은 지금껏 설득 력이 적었던만큼 이번 기회에 밝히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이미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정치자금에 관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했던만큼 못 밝힐 이유가 없다.국민회의는 盧씨가 3천억원을줬다는 「문서」가 있다고 했는데,그렇 다면 그런 문서는 당연히공개해야 한다.또 국민회의는 민주당 이기택(李基澤)고문이 14대 총선때 공천헌금을 착복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 역시 근거를 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입으로는 개혁을 말하면서 실은 추잡한 부패정치가 정계뒤에서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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