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制 실태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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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해 팀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현대자동차.현대전자.대우전자 등모두 20여개사에 달한다.두산그룹 전 계열사는 팀제를 확대,올해부터 기존 부(部)를 대체한 대(大)팀제를 시행했다.
삼성.LG.선경.한화.효성그룹 등의 주요 계열사들도 이미 팀제를 실시하고 있다.코오롱상사는 팀제 도입을 추진중이고 한국은행은 3월중 실시한다.90년대 들어 재계에 도입되기 시작한 팀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팀제를 시행하는 이유로 기업들은 무엇보다 경영혁신의 필요성을들고 있다.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층층이 결재를 받는 낡은 시스템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것.
대리-과장-부장-이사-전무-부사장-사장등으로 이어지는 7~8개의 결재단계를 팀원-팀장-사장등 3단계정도로 대폭 줄여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자는게 팀제 도입의 주된 이유다.
저성장시대도 기업들을 팀제로 몰아가고 있다.관리직 신설이 어려워지자 심화된 인사적체의 돌파구로 기업들은 팀제를 활용한다.
즉 부.차.과장으로 직급은 올려주되 결재는 하지 말고 직접 자기 일을 하라는 것이다.
요컨대 「자리중심」에서 「일중심」으로,직급은 살리되 직책은 「파괴」하자는 것이 팀제의 요체다.
이전에도 기업내에서 특수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구성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기간조직 자체가 팀제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팀제라고 해서 생각대로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기업내 진통도 적지 않다.기업들은 팀제아래 중간관리자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의 일과 역할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경리부장」자리가 비어야 부장승진이 가능했지만 팀제에서는 경리부장이 있어도 차장이 부장급으로 승진해 팀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팀제 시행으로 인사권과 결재권을 박탈당한 부.차.과장급의 상실감은 심각하다.올초 팀제를 도입한 H사 金모차장은 『중간관리자들은 팀제를 감원의 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팀원 관리업무가 증간층 없이 팀장에게만 집중돼 팀장 일이과중되는 문제점도 생긴다.중견직원들은 한가해지는 반면 초급 직원들은 일을 제때 처리못해 쩔쩔매는 등 팀이 잘 돌아가지 않는일도 생긴다.
팀제를 포기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대동은행은 지난해 2월 팀제를 전격 도입했다가 1년만인 지난 1월말 종전 부.과체제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대동은행측은 팀제 포기 이유로▶결재단계가 종전보다 1~2개 줄어드는데 그친데다▶도리어 팀만 많아져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었다.
조흥은행도 팀제 시행 1년만인 지난 1월 소(小)팀은 존속시키되 대(大)팀에 해당하는 부(部)는 부활시켰다.
전문가들은 팀제가 성공하려면 직원들에 대한 사전교육과 정밀한업무 분석,이에 따른 적절한 팀내 역할분담등이 전제돼야 한다고강조하고 있다.또 권한의 과감한 하향 이양도 팀제 성공의 필수조건이다.이런 문제점 때문에 팀제가 국내 기업 에 정착하는데는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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