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을 지키는 12마리의 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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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영국 윔블던에 12마리의 ‘매’가 떴다. 날카로운 눈을 번득이는 매들은 132년 역사를 지닌 윔블던의 하늘과 땅을 지킨다.

◇하늘을 지키는 두 마리의 매=윔블던의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 센터 코트 상공에는 두 마리의 매가 초계비행 중이다. 주최 측이 눈엣가시 같은 비둘기를 막기 위해 고용한 ‘특별 요원’들이다. 윔블던 상공에 매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이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필요한 서비스 순간에 코트로 날아드는 비둘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윔블던은 잔디 코트를 쓰기 때문에 잔디에 서식하는 먹이를 주워 먹기 위해 날아오는 비둘기가 적지 않았다. 경기장 안의 노천 레스토랑 역시 비둘기가 달갑잖은 것은 마찬가지다.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손님들이 곤욕을 치르기 때문이다.  윔블던을 지키는 매들은 맹금류를 조련하는 전문 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비행장, 곡물처리 업체, 그리고 웨스트 민스트 사원 등 런던 시내 명소를 지켜온 베테랑이다.

◇3㎜의 오차도 잡아내는 호크 아이=상공을 선회하는 두 마리의 매와 함께 경기장 곳곳에 부착된 10대의 ‘호크 아이(hawk eye)’도 윔블던을 지킨다. 매의 눈이란 뜻의 ‘호크 아이’는 심판 판정을 보조하는 전자 판정시스템으로 윔블던 대회에는 지난해 처음 등장했다. 테니스 코트 라인 위에 부착된 센서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10개의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3차원 영상으로 그려낸다. 이 화면은 경기장 내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공이 3㎜만 나가도 잡아내기 때문에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제작업체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영국의 카디프대 연구진은 대회 개막 직전 “호크 아이는 실제 궤적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공이 거쳐갔을 확률이 높은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발적인 서비스 스피드를 자랑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랭킹1위)도 호크 아이가 달갑지 않다. 예전 같으면 에이스 판정을 받았을 법한 서비스가 번번이 ‘폴트’로 선언된 탓이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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