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펀드의 교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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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30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가 투자하는 나라는 몇 개국이나 될까. 믿기지 않지만 100개국이 넘는다. 상황이 이러니 이름조차 낯선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프런티어 마켓’이 주목을 받는다. 중동이며 아프리카·남미·동남아·동유럽 같은 다양한 저개발 신흥국에 돈을 넣는다.

프런티어 마켓의 원조 격으로 인기를 모은 게 바로 베트남 펀드다. 하지만 경제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베트남 증시는 연초보다 60% 가까이 떨어져 투자자들을 울렸다. 회사원 박모(43·서울)씨는 2006년 말 1억원을 베트남 펀드에 넣었다.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올 초부터 베트남 증시는 급락해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반 토막이 났다. 박씨의 펀드도 40%가량 손실이 났다. 떨어지는가 하면 오르기도 하면서 등락한 다른 펀드와 달리 베트남 펀드는 숨쉴 틈 없이 내리막길만 달렸다. 게다가 박씨는 얼마 전 가입한 베트남 펀드의 환매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만기 5년을 묶여 있어야 했다. 높은 투자 수익에만 눈이 멀어 펀드 가입 전에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이처럼 고위험·고수익으로 대변되는 프런티어 마켓에 투자할 때엔 반드시 사전에 짚어 봐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투자자의 자금과 펀드의 궁합이다. 폐쇄형인 베트남 펀드처럼 5년 동안 현실적으로 환매가 불가능하다면 투자자금의 성격도 이에 맞아야 한다.

둘째는 투자국을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과거에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러시아도 10년간 3000%라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투자하는 국가의 10년 후 모습을 제대로 그리는 게 성공의 열쇠가 된다.

끝으로 새겨야 할 점은 투자 타이밍이다. 끝없이 성장할 것 같은 베트남도 한순간에 무너졌지만, 반대로 무너졌던 러시아는 최고의 투자처로 변신했다. 물건도 싸게 사는 게 중요하다. 투자국가가 바겐세일할 때를 놓치지 않는 절묘한 투자 시점도 중요하다. 지금이 바겐세일 기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조금씩 나눠 쇼핑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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