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금연 새 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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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 산살바도르에 상륙했을 때 인디오들은 콜럼버스가 선물한 유리구슬과 거울에 대한 답례로 신선한 야채와 함께 이상한 잎사귀를 가져왔다.그들은 잎사귀를 태워 연기를 피웠다.이는 인디오들이 손님을 반기는 관습이었다.그들은 이 잎사귀를 타바코(담배)라 불렀다.
담배는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담배가 크게 유행했다.1559년 리스본 주재 프랑스대사 장 니코는 본국의 프랑수아 2세와 모후(母后) 카트린에게 담배를 헌상(獻上)했다.카트린은 담배를 가루로 만들어 두통약 으로 애용했다.이 때문에 담배는 「왕비의 약초」라 불렸다.후에 담배를 처음 들여온 니코를 기념해 니코틴이란 이름이 붙었다.
영국에 담배를 전한 사람은 월터 롤리다.롤리는 미국 버지니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담배와 감자를 들여왔다.어느날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하인이 불이 난줄 잘못 알고 그의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평생 독신이었던 롤리는 엘리자베스 1세의 애인이었다.엘리자베스 1세가 죽고 스튜어트가(家)의 제임스 1세가 왕위를 계승(繼承)한 후 롤리는 제임스 1세의 미움을 받아 런던탑(塔)에 투옥돼 처형됐다.
제임스 1세가 롤리를 박해한 데는 그가 담배를 아주 싫어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제임스 1세는 즉위 다음해인 1604년 「담배에 대한 도전」이란 글을 발표,흡연은 야만인의 풍습이라고비난했다.1605년 옥스퍼드대학에서 국왕 임석( 臨席)아래 흡연에 관한 대토론회가 열렸다.왕은 흡연 반대파가 이길 것을 기대했으나 찬성파가 우세해 금연령(禁煙令)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그 대신 담배에 높은 수입관세를 물리고,국가가 전매권을 갖도록 했다.
새해 들어 정부는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복합건축물에 별도의 흡연구역을 만들도록 하는 한편,흡연구역 외에서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범칙금을 물리도록 했다.정부종합청사에도흡연구역을 제외한 전 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 돼 애연가인 국무총리가 애먹고 있다는 소문이다.흡연이 야만인의 풍습으로 대우받기 시작한 것이다.바야흐로 골초들의 수난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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