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노 법정관리인 유익재씨 자살 숨겨진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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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뭔가 석연치가 않다.사주(社主)도 아닌 법정관리인이 회사경영부실에 책임을 지고 자살까지 하다니….』20일 밤 서울 영동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故)유익재(兪益在)씨의 빈소에는 고인의 자살이유를 놓고 문상객들의 설왕설래가 오갔다.교■ 집사로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청렴결백하고 회사에 헌신적이기로 사내외에서 존경을 받아왔기 때문이다.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죽음은잘못된 법정관리관행과 악덕기업가의 횡포등이 빚은 비극이라는 게문상객들의 중론이었다.
◇문상객들이 밝히는 자살이유=실마리는 고인이 지난주 서울지검에 전 사주였던 유승렬회장을 횡령.사기등의 혐의로 고발한데서 찾아야 한다.92년7월이후 고인이 법정관리인을 맡은이래 수백억원의 돈이 논노에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새 경영 진 세원기공측 주장).빈소에 모인 협력업체 대표 상당수는 그 돈 상당 부분을 柳회장이 유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논노의 융통어음을끊고 금융기관에서 할인해 쓴 뒤 결제하지 않는 방법등이었다.전사주에 대한 복종심이 강했던 고인■ 양심의 가책속에서도 자금인출을 묵인했었다는 것이었다.또 柳회장은 부동산사업등을 추진하기위해 법원 허가없이 사채를 끌어다 쓸 것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최근 경영에 참여했던 세원기공이 자금집행을 미룬채 공동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줄 것을 요구하는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그의자살을 부추기는 원인이었다는 것.
◇논노의 장래=논노의 장래는 지금까지 보다 더 불투명해졌다.
20일정도 경영에 참여했던 세원기공이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고 법원도 법정관리 지속을 재고하기 시작한 때문.그러나 논노 주변에는 고인의 죽음이 회사갱생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도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신뢰도가 낮았던 새 경영진 세원기공측이 물러났고 이에따라 협력업체들은 논노 회생만이 자신들의 살길임을 재차 인식하고 뭉치게 된다는 것.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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