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시작과 끝 … “호날두는 위험한 무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2일(한국시간) 체코전 3-1 승리를 이끈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제네바 AP=연합뉴스]

‘유로 2008’이 아니라 ‘호날두 2008’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만큼 호날두 신드롬이 거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포르투갈)가 12일(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체코와의 유로 2008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3-1 승리를 이끌었다. 호날두 덕분에 가볍게 2연승을 거둔 포르투갈은 가장 먼저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호날두는 1골·1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실제 활약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이었다.

호날두는 포르투갈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공만 잡으면 호날두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호날두는 동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반 8분 호날두의 예리한 문전 돌파를 체코 골키퍼 체흐가 몸을 던져 저지했다.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온 공은 데쿠의 발 앞에 떨어져 선제골로 이어졌다. 1-1 동점이던 후반 18분에는 호날두가 직접 승부를 결정지었다. 데쿠가 살짝 밀어준 공을 호날두는 정확한 땅볼슛으로 골대 구석에 박아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골키퍼 체흐와 일대일 상황에서 동료 쿠아레즈마에게 슬쩍 공을 밀어주었다. 세 골이 터지는 순간마다 그가 있었다.

관중들의 시선도 호날두에게 집중됐다. 그가 공을 잡고 춤을 추듯 그라운드를 내달리면 관중석 절반을 채운 포르투갈 팬들의 함성도 덩달아 커졌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팀 버스로 이어지는 선수들의 이동 통로를 따라 약 300여 명의 기자가 몰렸다. 약 60m 구간을 다른 선수들은 5~10분이면 지나가지만 호날두는 빗발치는 질문 때문에 30분 넘게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는 동료로부터도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받고 있다. 주장 누누 고메스는 “호날두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마라도나(아르헨티나)처럼 원맨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호날두는 아직 어리다. 그는 이번뿐만 아니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적장’인 카렐 브루츠크네르 체코 감독은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며 아주 위험한 무기”라고 칭찬했다.

장외에서는 호날두를 둘러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쟁이 뜨겁다. 라몬 칼데론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호날두를 영입하는 데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날두의 이적료는 사상 처음으로 1억 유로(약 1600억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가 잘 있는 선수를 충동질하고 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서한을 보내 조정을 요구했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FIFA의 한 관계자는 “축구계에서 이러한 일은 흔하기 때문에 레알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이번 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호날두 신드롬은 진행형이다. 호날두는 “지금처럼 우리 팀이 단결한다면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유로 2008 우승이라는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편 공동 개최국 스위스는 터키에 1-2로 역전패, 참가팀 중 가장 먼저 예선 탈락했다.

제네바(스위스)=이해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