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은 민심 수습에 빨리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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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쇠고기 문제가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가운데 민심은 자꾸 돌아서고 있다. 촛불 민심은 6·4 재·보선으로 더 뚜렷하게 확인됐다. 국정쇄신의 필요성은 명확해졌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가 사안의 심각성을 얼마나 정확히 자각하고 있는지, 문제 해결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보여준 대응자세는 늘 미흡하고 한 발 뒤처져 있었다. 안이한 상황인식, 여론을 따라잡지 못하는 늑장 대응은 민심을 답답하게 만든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2일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재협상을 선언한 것도 어설펐다. 다음 날 취임 100일을 맞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대사가 “재협상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마디 하자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과 정부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국민의 자존심도 함께 상했다.

이후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국내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의까지 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왕좌왕해온 청와대는 그 과정에서 분노한 민심을 추스르는 노력에도 소극적이다. 5일로 예고했던 국정쇄신안 발표, 9일로 잡혀 있던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모두 연기했다. 한나라당까지 나서 대폭 인사쇄신을 서두르라고 아우성이지만 청와대는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들먹이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고 한다.

일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의 문제점은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상황은 더 확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필요한 건 결단이다. 만약 해법을 못 찾았거나 시의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이 솔직하게 나서 국민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맞다. 미흡하더라도 수습책이 있다면 서둘러 공개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누구한테 미루거나 시일을 끌며 저절로 잦아들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젠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이 나설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