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연 예술작업공간 아티스트 '대중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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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테이블이 놓인 아담한 공간. 형형색색 천이 가득하다. 한 사람이 흰색 실크 셔츠를 실로 꽁꽁 묶는 사이 한켠에선 염색한 천을 다림질하느라 땀을 뺀다. 아트&크래프트 여성작가 이규후(55)·박은아(33)씨의 열린 작업실 풍경이다. 최근 작업실에서 강좌를 여는가 하면 카페 형태로 꾸며 대중과 호흡하는 예술인들이 늘고 있다.


  두 사람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한 동기동창이다. 느지막이 대학원에 진학한 이들은 4년 동안 함께 공부하고 작품을 만들면서 나이차가 무색한 친구가 됐다. 졸업 후 각자 활동을 하며 지내다 우연찮게 “함께 작품도 만들고 강좌도 열어 보자”며 의기 투합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어귀에 공동 작업실을 열었다. 작업실 이름은 ‘트레섬(Tresome)’. ‘다수’의 의미가 있는 스페인어 숫자 3(트레스=tres)에서 ‘트레(tre)’를, 물건을 뜻하는 섬싱(something)에서 ‘섬(some)’을 각각 따서 이름지었다. 이제 이곳은 두 아티스트의 공동 작업실이자 대중을 만나는 소통의 공간(강의실)으로 변했다.
  오픈 후 처음 연 강좌는 꽃꽂이와 염색, 펠트만들기의 3종류. 지인들을 통해 알고 모여든 수강생들은 특히 염색 강의를 좋아했다. 그동안의 염색 강의를 통해 홀치기염으로 스카프와 테이블 보를 만들기도 했다. 대중을 만나고자 했던 이들의 시도는 곧 보람으로 돌아왔다. 박씨는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보면서 ‘하나밖에 없는 내 작품’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며 “천을 이용한 공예가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을 거란 희망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한두차례 열리는 강좌시간을 제외하곤 두 사람은 온통 작품에만 열중한다. 염색이나 실크 스크린 등을 통해 직접 직물을 만들거나 수공예 생활용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함께 작업실을 꾸렸지만 아직 공동작품을 내놓지는 않았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씨는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서로가 격려하고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자극을 준다는 면에서는 50대인 이씨가 할말이 더 많다며 “30대의 은아와 함께 하다 보니 의욕이 커져 작품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의 공통관심사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것. 작업실에서는 천 수공예 외에도 꽃꽂이·요리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강좌는 그룹(4~5명)으로 수강할 경우 융통성있게 일정을 조정해서 연다. 필요하면 1일 강좌도 열 계획이다. 이달 중순 예정으로 꽃·테이블 세팅·선물포장·요리 등 8가지 주제로 꾸민 홈파티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 트레섬을 미국의 유명한 리빙 토탈 브랜드인‘마사 스튜어트’처럼 키우고 싶은 게 두 사람의 꿈이다.
문의 02-516-3403, www.tresome.co.kr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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