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강연 … 12시간’ 쏟아진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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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단결이 당의 최우선 과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에서다. 81명의 당선인 중 구속 수감 중인 비례대표 정국교 당선인을 제외한 80명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은 오전 9시부터 12시간가량 진행됐다.

박상천 대표는 인사말에서 “다시 여당이 되는 길은 먼저 철저한 야당이 되는 것”이라며 “견제 정당과 대안 정당의 역할에 성공하려면 그 전제가 우리의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혹여 우리는 7월 전당대회 이후 지난 5월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과거의 관행에 우리를 묶어 놓고 현실에 안주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까. 정말 깊은 성찰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에 비공개로 진행된 분임 토론에서도 “7월 6일 전당대회는 계파와 파벌이 없어지는 화학적 결합의 장이 돼야 한다” “공개토론을 활성화하되 합의된 당론에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등 단결을 강조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임토론 보고에서 송영길 의원은 “17대 때는 한 초선 의원이 ‘초선들 군기 잡겠다는 사람은 물어뜯겠다’고 발언한 이후 열린우리당은 국민에게 ‘싸가지’ 없는 집단으로 비쳐졌다”며 튀는 발언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 분임조에선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두고 노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진보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지지층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당내 화합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고 전했다.

초반 행사가 강연 중심으로 흐르자 초·재선 의원들은 “우리가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논의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옮겨 가면서 워크숍은 강경한 분위기로 급변하기도 했다.

참석자 중 일부는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장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경론을 폈다. “쇠고기 문제를 18대 원 구성 협상과 연계해야 한다” “18대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 문제와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논란 끝에 민주당은 일단 최인기 정책위의장 등 당선인 6명을 이날 저녁 촛불집회 시위자들이 구금돼 있는 수서경찰서에 보내 ‘전원 석방’을 요구했다.

◇“‘유능한 공익’ 추구해야”=이날 강연자로 초청된 본지 전영기 논설위원은 통합된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정체성으로 ‘유능한 공익’을 제시했다. 전 위원은 “민주당은 공익을 말하면서도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무능의 정치를 해 온 반면 현 정권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다 공익을 놓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공화당 출신인 링컨 대통령의 공익 인프라 정신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다”며 “민주당엔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등을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익적 측면이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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