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조1000억 쓴 곳 안 밝히는 교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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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 부처가 주무르는 특별교부금은 장관의 ‘쌈짓돈’으로 불린다. 교육과학기술부만도 한 해 1조1000여억원이나 된다. 국회도 정부 예산을 통과시킬 때 특별교부금의 용도에 꼬리표를 달지 않는다. 사용 후에도 국회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는 ‘눈먼 돈’인 것이다.

교과부 실·국장들이 모교나 자녀 학교에 찾아가 500만원씩 주기로 약속했던 것도 교과부 특별교부금 중 30%를 차지하는 시·도교육청 현안 사업에 속한다. 교과부의 결산 내역을 보면 전체 1조1000여억원 중 재해 대책이나 시·도교육청 재정 보전에 쓰이는 돈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돈은 어디에 썼는지 불투명하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 교육감 재직 시절 교부금의 위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계인 H고가 지방교육청에 건물 보수를 위해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재학생의 70%가 수도권 학생이어서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들이 대부분인 학교를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옛 교육인적자원부는 H고에 예산 지원을 했다. 그는 “H고 학생의 학부모가 누군가에게 로비를 했는지 돈이 배정됐다”며 “담당 공무원들도 막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관리·집행이 허술하다 보니 특별교부금 사용 내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주대 이명희 교수와 바른사회시민회의 김기수 변호사 등은 지난해 말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특별교부금 내역 공개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교육부가 시·도에 지원한 총액뿐 아니라 자세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를 제기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이병국 예산감시팀장은 “산정 기준이 분명한 일반교부금과 달리 사용처가 불분명한 특별교부금에 대한 전면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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