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투금 비자금 개입 드러나 업계 "불똥튈까" 전전긍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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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02억원에 달하는 노태우(盧泰愚)씨의 비자금이 중앙투자금융을 통해 실명전환된 것으로 드러나자 투금업계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반응과 함께 『불똥이 투금업계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
중앙투금은 이용만(李龍萬)전재무장관이 82~85년 사장을 지낸 바 있어 그동안 비자금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지목돼 왔다.
중앙투금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해명하다 오후 들어서는 일제히 자리를 비워 썰렁한 분위기.
93년 당시 이 회사 임원을 지낸 S모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면서 『만약 중앙투금이 차명을 알선해줬다면 왜 하필 김우중(金宇中)회장의 이름으로 했겠느냐』며 관련설을 부인했다.
…다른 투금사 관계자들은 『93년 실명제 당시 일부 투금사에「자신이 가지고 있는 CD를 실명전환해주면 10%에 해당하는 할인료를 주겠다」며 차명알선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거의 모든 투금사들이 이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동아투금이 실명제 위반 1호로 걸렸기 때문에투금업계는 극도로 몸조심을 했는데 어떻게 중앙투금이 개입됐는지모르겠다』고 말했다.
***창구에서 종종 마찰빚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에는 전에 보기 드문 갖가지 현상들이 나타나 은행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자신이 직접 은행을 찾기보다는다른 사람을 통해 신청서를 은행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이를 악용,대금 지급을 연체해 놓고는 은행원에게 『카드 발급때 실명 확인한 적 있느냐』고 큰소리를 친다는 것.
또 『내 계좌가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며 전화로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만일 「고객의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다」고 하면 화를 내는가 하면 『단골 고객에게 그럴수있느냐』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여 입장이 난처하다 는 것.
한편 현행 규정에는 은행에 직접 찾아온 가족에게도 계좌 정보를 알려줄 수 없도록 돼 있는데,이럴 경우에도 창구에서 마찰이빚어지게 된다.
간혹 오래된 주민등록증을 제시했을때 실물과 사진이 크게 다를때도 있는데,이를 일일이 지적하자니 고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게 되고,만에 하나 정말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한 경우라면 은행원도 책임을 져야 하는게 현실이라 은행원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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