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이제 더이상 덮어둘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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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민주당 박계동(朴啓東)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질문에서 나왔다.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시중은행에 가.차명계좌로 입금됐다는 주장이다.비자금에 연루된 계좌번호까지 제시됐다.
지난 8월 서석재(徐錫宰)전장관의 첫 발설로 불거진 비자금설의 역사는 벌써 두달을 넘기고있다.그의 발언이후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은 잊을 만하면 폭로가 터져 나오고 의혹이 제기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있다.
비자금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주인공도 한두명이 아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주장만 해도 모재벌그룹 회장명의로 실명전환됐다는등 다양하다.
다만 그 뿌리는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한 갈래로 모아지고있다. 당사자는 물론 정부의 해명은 그에 비하면 진전된게 없다.『사실 무근이다』에서부터 『수사할 근거가 없다』『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등 뿐이다.그동안의 정부 태도에서 찾아질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철저하게 조사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그 결과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은 드러나는 실체는 없이 무성한 의혹만 남긴채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돈의 주인이 전직대통령이라는데 더욱 놀라고 분노하고 있다.부정(不正)한 정권에 대한 규탄도 내재된 이 놀라움은「설(說)」의 진상에 대한 궁금증과 비례해 자꾸 커지고 있다.그나마 정부가 이번에 진상조 사에 발빠르게 착수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금 여론은 비자금설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려면 그동안 제기된 주장과 의혹 모두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쪽이다.이제 우리는 이 설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곪은 상처는 한시라도 빨리 터뜨리는 것이 최상 의 치유책이다.의혹을 덮어만 두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의혹설이제기될 때마다 두루뭉실 얼버무리는 악순환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순 없다.이제는 그 실체를 밝혀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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