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권위지 明報 親중국계 華商이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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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두개 신문이 모두 화교출신 말레이시아 거부에게 넘어가 오는 97년 홍콩반환을 앞두고 중국이 親중국계 인사들을 통해 간접적 언론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3년 영자지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紙가 로버트 곽(郭鶴年.71)에게 넘어간데 이어 지난 2일 중국어신문으로 최고였던 明報가 역시 말레이시아 화상 장샤오칭(張曉卿.60)에게 인수된 것이다.
아시아의 설탕왕이자 샹그리라호텔 창업인인 郭은 지난 93년9월 26억5천만 홍콩달러(약2천6백50억원)를 호주출신의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건네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주식 34.9%를 인수,단숨에 최대주주가 됐다.
이달에는 또 개인재산만 2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창춘(長春)그룹 창업주 장샤오칭이 위핀하이(于品海)의 즈차이(智才)공사로부터 明報 주식 1억2천8백만주를 株당 3.85홍콩달러에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張은 올해초 사들인 10.9%의 주식까지 합쳐 明報 지분 가운데 46%를 장악했다.
明報 지분은 현재『소설 영웅문』등 무협소설로 국내에 잘 알려진 창업자 김용(金鏞.본명은 査良鏞)이 10.9%를 가지고 있으나 나머지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군소주주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자지와 중문지(中文紙)분야에서 각각 홍콩을 대표하는두개의 정론지 모두가 홍콩반환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공교롭게도 말레이시아 화상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郭과 張은 모두 중국 푸젠(福建)省 푸저우(福州)市에 뿌리를 두고있는 각별한 관계며 그들의 사업 또한 각각 설탕과 목재업등 농림분야를 바탕으로 호텔.금융.보험업 등으로 발전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郭의 경우 지난 74년 홍콩에 설립한 케리무역회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對중국투자액이 무려 40억달러에 이르며 張은 상하이(上海)에서 제재소를 경영하는등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홍콩 신문이 넘어갔다는 것이 중국측의 간접적언론장악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親중국계 화상들의 홍콩언론 진출이 대자본에 의한 경영합리화와판매확대등 긍정적 요소와 함께 편집권 침해등 부정적 영향을 낳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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