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맞수’] 이공계 출신 소문난 IT맨·BT우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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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정보기술)맨’과 ‘BT(생명공학기술)우먼’.

18대 국회 등원에 성공한 창조한국당 이용경(65·비례대표 1번) 당선인과 한나라당 배은희(49·비례대표 3번) 당선인의 자타 공인 별명이다. 두 사람에게는 이공계 출신으로 연구 성과를 쌓은 뒤 기업으로 진출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IT와 BT 분야의 대표선수들인 셈이다. 우선 이 당선인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6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T&T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그러고는 91년 귀국해 KT 연구본부장을 거쳐 KTF(2001년)와 KT(2002년)의 사장을 지냈다. 민간 부문에서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이 움트고 자라나는 과정을 견인한 것이다.

이런 경력 때문에 이 당선인은 국내 IT계에서 ‘1.5세대’로 분류된다. 주로 공공 부문에서 과학기술정책을 주도한 오명(68) 전 과학기술 부총리 같은 이들이 이 분야에선 1세대로 꼽힌다. “기술을 이해하는 CEO가 있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CEO 공모에까지 지원했다”는 게 선배들과 다른 길을 개척한 이 당선인의 설명이다.

이 당선인과 성별도 연령대도 다르지만 배 당선인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역시 서울대(미생물학과)를 졸업한 배 당선인은 뉴욕주립대에서 세포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90년대 중반 귀국했다.

이후 그는 KIST 의과학연구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다 손상된 인체세포조직을 복원하는 신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리젠바이오텍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한국에서 BT가 산업화하기 시작한 현장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이때 배 당선인과 함께 창업에 뛰어든 연구원은 모두 6명이었다. 하지만 2년 만에 이 중 한 명이 전업 CEO를 맡아야 했을 때 적임자로 지목된 이는 유일한 여성이었던 배 당선인이었다. 당시에 대해 그는 “내가 겁이 없어 뭐든 새로운 일을 잘 떠맡는다”고 말하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실은 경영인으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배 당선인은 같은 해 바이오벤처협회 부회장에까지 오르며 능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IT와 BT 분야를 대변하는 이들인 만큼 이 당선인과 배 당선인이 앞으로 원내에서 하고자 하는 역할도 서로 닮았다. 이 당선인은 “IT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데 4년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배 당선인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자립하는 과정을 입법활동으로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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