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가 되살아난다-옐친 연방보안부 강화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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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포의 KGB가 되살아나고 있다.
옛소련 몰락과 함께 연방방첩부(FSK)라는 이름 아래 뿔뿔이흩어졌던 옛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소속 기관들이 최근 빠른 속도로 재결합하고 있다.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6월 연방보안부(FSB)라는 이름으로 강화된 정보기구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紙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미하일 바르수코프 신임 FSB부장에게 두가지 FSB강화방안을 내렸다.첫째는 FSB에 옛KGB소속 對테러 알파부대를 다시 통합시킨다는 것이다.둘째는 과거 KGB소속이었 으나 현재는 별도로 운영되는 통신및 감청부대(바프시)와 대외정보국을FSB로 통합시키는 것이다.
옛소련 붕괴 이전 KGB소속 기구들은 국내첩보부.대외첩보부.
제5국.경수비대.12국.통신부대.9국등이었다.국내첩보부는 국내에서 對간첩.對테러업무를 했고,그 밑에 알파부대가 있었다.5국은 반체제인사담당이었고,12국은 도청전문부대이며 통신부대는 비밀통신을 담당했다.9국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관료 경호업무를 담당했다.
옛소련 붕괴로 이 부서들은 기능단위로 분리돼 별개기구가 됐다.따라서 통합조치가 완료되면 국경수비대만 제외하고 과거의 KGB가 그대로 복원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바프시가 대표적 반대세력이다.옐친의 신임이 두터운 바르수프 FSB부장이 통신감청권및 대외첩보업무까지 거머쥔다면 「국가안보」라는 이름의 횡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세 는 기울어진 것 같다.기구강화가 업무능률향상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이다.전임 스테파신부장은 잇따른 언론인 살해사건의 범인을 잡아오고 체첸지도자 조하르 두다예프도사슬로 묶어 모스크바로 데리고 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헛소리가 됐다. 특히 통신부대 통합문제는 최근 크렘린에서조차 고위지도자들의 대화가 불법도청된다는 불평이 제기돼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일들이 결국 옐친대통령이 오는 12월 총선과 내년 5~6월 대선을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통합정보부서가 옐친대통령이 선거 이전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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