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붕괴사고 의식불명 환자-깨고 보니 "부모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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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버지,저 형식이에요.』『내 자식이 살아있다니….』 지난 19일 서울 강남성모병원 입원실.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53일만에 삼풍백화점 지상 1층 엘칸토매장에서 근무하다 실종된 아들 형식(炯植.27.사진)이 침상에 건강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을보고 이상규(李相奎.57.사업.서울서대문 구창천동)씨는 눈물을왈칵 쏟았다.
李씨는 아들이 숨진 것으로 판단,49재까지 지냈다.그러나 이들의 벅찬 상봉장소 한 옆엔 형식씨를 자신들의 아들로 잘못 알고 50여일간 간호해온 金모(60.건물임대업.서울마포구서교동)씨 부부가 슬픔에 잠겨있어 희비가 교차됐다.
金씨 부부는 사고 직후인 지난 6월30일 오후5시쯤 머리에 부상을 입고 구조돼 의식을 잃은채 입원중인 형식씨를 아들(우기.28.지하 1층 가전판매부 근무)로 알고 그동안 극진한 정성을 들여 간호해왔다.형식씨는 지난 12일 중환자실 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그동안 얼굴을 칭칭 감고 있던 붕대를 벗자마자 처음 보는 사람들(金씨 부부)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식씨는 자신의 이름을 거듭 말했지만 金씨 부부는 형식씨가 헛소리를 하는 줄 알고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金씨는 『처음 전체적인 외모가 아들과 같은 데다 나이가 비슷해 아들로 믿었고 곧바로 얼굴에 붕대를 감아 다른 사람이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졸지에 「아들」을 잃은 金씨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의해 부상자를 자신의 아들로 속여 보상금을 타내려했다는 혐의(사기미수)까지 받았다.경찰이 金씨에 대해 검찰에 구속지휘품신을 올린 것.
그러나 검찰은 金씨가 50여일동안 李씨를 간호하는등 사기의 범의(犯意)가 없다고 판단,金씨의 구속을 기각했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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