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맡겼더니 167억 불려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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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在庸.40)씨는 17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167억원어치 채권은 1987년 결혼축의금으로 받은 18억원을 외할아버지(이규동씨)가 14년간 굴려 만들어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외할아버지에게 맡긴 돈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채권을 받을 때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全씨는 2000년 12월 李씨로부터 액면가 167억여원 상당(시가 141억원)의 국민주택채권을 받으면서 증여세 73억4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다.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167억원 가운데 73억원은 전두환씨 비자금 관리인들의 계좌에서 나왔고, 全씨 역시 장인인 李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씩 준 적이 있다고 했다"면서 자금의 출처가 전두환씨가 축재한 비자금이라고 따졌다.

이에 맞서 全씨는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면서 "돈의 출처는 축의금"이라는 종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채업자들에 따르면 18억원어치 채권으로 70억원 이상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검찰의 추궁에도 그는 "14년이나 흘렀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全씨는 처음에는 자신의 장인 돈이라고 입을 맞추려고 했다가 처가에서 거부하자 할 수 없이 외할아버지를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믿기 어려운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7일 오전 10시.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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