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감리자에 準사법권줘야 不實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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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장에서 30여년 근무한 건축기술자로서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문제점 몇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부실이다.
지하주차장 또는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된 것을 볼링장.무도장.유흥음식점 등으로 용도변경할 때 중간기둥의 위치를 이동시키거나 내력벽의 일부를 철거할 경우 구조체의 불균형으로 건물에 뒤틀림이 생긴다.
특히 은행이 입주할 경우 구조검토도 없이 1,2층에 대형금고실.숙직실을 만들고 일부 콘크리트 슬래브를 철거,전용계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면허대여의 문제다.
일반업체들이 종합건설업체에서 공사비의 5~6%의 사례금을 주고 면허를 대여받아 공사를 딴 뒤 법으로 금지된 총체 하도급을주면서 다시 10~15%를 공제하는 사례가 많다.
건설시공에 무지한 무자격자들이 설계와 기공규정.안전규정을 지킬 리 없고 그때 그때 편한대로 고치고 멋대로 시공하는 까닭에부실이 만연될 수밖에 없다.
세번째는 공사현장의 폭력이다.
감리나 감독자가 현장시공이 시방서와 달라 수정을 지시하면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곤 하는 것이다.
기둥철근의 수가 부족하다든지 대근 간격이 틀린 것을 시정하라고 지시하면 작업원은 물론현장의 기술 담당자들이 그만한 일로 건물이 무너지진 않는다며 폭언하기가 예사다.
공사중지를 지시하면 몸싸움으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해도 공사를 중지하라는 말이냐고 억지를 쓰거나 그대로 강행하기 일쑤다.
건축주의 공기단축 압력을 받는데다 현장에서도 폭력과 신변의 위협이 두려워 부실을 묵과,혹은 방치해 결국 감리감독 활동을 사실상 포기하는 예가 많다.
대책으로는 첫째,설계를 변경할 경우 반드시 구조계산서를 첨부등록해 사전 허가승인을 받도록 하고 그 이전에는 공사를 못하게해야 한다.
둘째는 일정기준 이상 대형건축물 감리는 설계사무소가 아닌 전문 감리업체에서만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감독.감리자에게 준사법권을 부여,시공이 부실해 안전이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공사중지권을 발동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사해약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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