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결혼도 포기, 취업도 포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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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서울시의 무능력자 퇴출에 이어, 새 정부 들어 공무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입니다. ‘작은 정부’ 정책 아래 공무원 구조조정이 물살을 타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머슴론으로 공무원의 정신 무장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공무원은 철밥통이 아닌 것이죠. 그래서인가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른바 공시족 가운데 20% 이상이 포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포족’(공무원 시험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란 이름까지 생겼더군요. 요즘 이런 현상에 대한 찬반은 물론 공무원의 역할을 두고 댓글 논란이 뜨겁습니다.

공포족이 느는 현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는 20% 정도는 시험만 합격하면 평생을 보장받고 대충대충 일한다는 생각이었던 건가요?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일찍 그만두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아이디 drblue007). 반면 실제 공시족들은 자신들이 시류나 타는 부류라고 낙인 찍힐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네티즌 ‘kdshero’는 정말 소신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많다며,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그들의 마음이 상할까 우려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냉소적인 네티즌은 최근 젊은이들의 세태를 두고 이렇게 요약합니다. “결혼 포기족, 취업 포기족, 공무원 포기족, 명박 포기족 …. 요즘은 포기족이 대세다.”(intershark)

공무원의 역할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머슴론은 국민과 공무원을 주종 관계로 설정해, 공무원이 존중받는 분위기를 해칠 것이라는 지적(ljhjb)도 있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격렬한 댓글 공방의 끝자락이 우스운데요. ‘johayo7’은 “어차피 공무원은 부러운 자리니까 욕먹는 거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러자 당장 “공무원 같은데, 일 안 하고 뭐하는 짓이야? 그러니까 욕먹지”(ssanggle)라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그 글 밑에 달린 댓글이 압권입니다. “ssanggle아, 독서실 갈 시간이다. 너도 금년에는 붙어야지.” 공무원과 공시족에 대한 댓글에는 그들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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