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포청천式 까진 안가더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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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풍백화점 사장등 관련자에게 살인죄를 적용,작두형에 전재산몰수를 선고한다.또 시공관련 비리 건축업자및 묵인 공무원들에게는 사형 또는 종신 무보수 건설현장 노역형을 선고한다.』 요즘TV 드라마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포청천(包靑天)』의 주인공 包대인(大人)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재판장을 맡았다면 이같은 선고를 내렸을게 분명하다.당연히 국민들은 안전에 무감각한 건설업자와 부패 관리들에 대한 일벌백계 (一罰百戒)에 신선한 청량감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를 수사중인 검찰은 삼풍백화점 회장과 사장등을 사법처리하면서 이들에게 법정 최고형이 금고 5년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한변협.경실련.참여민주사회 시민연대등 시민단체들은『백화점측이 고객의 생명보다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참사를 초래했으므로 살인및 상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물론 검찰의 최종적인 법적용은 앞으로 이들을 기소할때 결정된다.그러나 수사 관계자들은 현행법상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국민들의 법감정등을 고려해 적용 법률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백화점 간부들이 감리전문가로부터 당일 밤부 터 보수공사를 하면 된다는 보고를 받은이상「미필적 고의」를 인정키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 수사 검사는『이 사건 수사 책임자인 합동수사본부장도 부하검사가 일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보고를 받고 한참동안 울었다』는 말로 검찰내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검찰 역시 피해자로서 심정적으로는 살인죄를 적용하고 싶었다는얘기다. 이제는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와 함께 대형 참사때마다「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을 받아왔던 관련법 대신「부실방지 특별법」같은 대체법의 제정등 재발방지책및 대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차피 하늘을 찌를 것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현행법으로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것같고『포청천』같은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金 佑 錫〈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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