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궁도 동호회 장수체육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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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 앞바다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며 성인봉의 끝줄기 망향봉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곳 무릉정(武陵亭).
이곳은 울릉도 주민들이 삶의 애환을 함께 하며 외로움을 달래온 유서깊은 활터다.
무릉정은 지난 70년 만들어져 그동안 울릉도의 많은 궁도동호인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울릉도 생활체육의 「메카」격.
10년전만 해도 울릉도에는 활터가 다섯곳이나 됐으나 도민들이하나 둘 섬을 떠나면서 인구가 줄어들어 두곳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울릉도 궁도동호인들이 주축이 돼 무릉정에서 궁도활성화를 적극 이끌고 있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 궁도동호인들은 무릉정에서 울릉도 생활체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장수체육대학」을 열어 궁도를 노장년층의 생활체육으로 활성화하기로 했다.
장수체육대학을 연후 무릉정에 신규로 들어온 회원들은 8명.기존 회원 12명과 합쳐 20명으로 늘어났다.회원계층도 40대부터 60대까지 고르다.
아직 만족할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줄어만 들던 회원이 늘어나면서 울릉도 궁도모임은 활력을 찾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5시30분 무릉정.사두(射頭.우두머리란 뜻의궁도용어)최재영(53)씨를 비롯,8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5명씩 1순(화살 5개)을 쥔채 엄숙히 사선에 나섰다. 사선에 선 회원들은 얼굴이 상기되면서 시위를 귀뒤까지 한껏당겼다. 다리는 땅 위에 무쇠처럼 고정한 채 단전에 힘을 넣고호흡을 조절하는 사수들.
이윽고 사수 5명이 시위를 당기자 화살은 쏜살같이 날아가 1백45m 저편에 있는 과녁에 꽂히며 둔탁한 파열음을 일으켰다.
순간 이들은 환호의 소리와 함께 활기넘친 표정을 지었다.
『20여년간 궁도를 즐겼어요.이제 날씨가 좋지 않아 활터를 찾지 못할 때는 온몸이 근질거리고 무기력해질 정도예요.』 5개의 화살 가운데 3개를 과녁에 맞추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金석환(67)씨는 『이제 궁도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고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궁도는 온몸운동이고 정신수양에 좋아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에겐 그만이지요.또 궁도는 울릉도 주민들의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는 구심점도 되고 있고요.』 崔사두는 궁도를 통해 정신수양과 주민화합을 이끌어간다며 「궁도예찬론」을 털아놓았다.
鬱陵島=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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