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다면 이렇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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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22면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 희망 같은 것”(드라마 ‘연애시대’)이란 대사가 있지만 어른이 된 뒤 장래 희망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신입사원은 자기소개서에 ‘20년 뒤 나의 모습’ 같은 것을 써내도록 요구받는다. 지지부진한 모습에 지친 가족은 “앞으로 어쩌려고 이러냐”고 타박한다. 숱한 카운슬러와 자기계발서들은 “먼저 목표를 설정하라”고 다그친다. 그것을 짜내느라 주눅 드는 현재는 아랑곳 않고 말이다.

그런데 ‘목표 없이 성공하라’니, 신선하지 않은가. “세상의 20%는 목표를 세워, 80%는 목표 없이 성공했다”는 표지 카피 또한 솔깃하다. 안타깝게도 두 페이지만 넘기면 이 카피가 과장됐다는 게 발각된다. “우리는 동양인의 20~30%만이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공을 쟁취하는 ‘목표추구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0~80%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공교롭게도 전혀 다른 방법으로 성공을 쟁취해 간다.”(10쪽)

‘세상’의 80%가 아니고 ‘동양인’의 80%인 것이다. 그리고 ‘성공했다’가 아니고 ‘성공으로 나아간다’다. 즉, 성공을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른 셈이다. 이들은 단지 ‘고객의 미소’를 보는 것이 즐거워 바쁘게 일하다가, 혹은 ‘불량품 근절’이라는 소신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다가 어느새 성공에 이르게 된다. 심리학 강사이자 카운슬러인 저자는 이들을 가리켜 ‘심리적 만족형’이라고 일컫는다. 미국에서 공부한 저자는 일본인을 상담하면서 ‘목표추구형’ 코칭에 한계를 느끼고 이렇게 접근법을 바꿨다.

여기까지 읽으니 주변의 유사한 ‘성공 사례’가 떠오른다.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가 없어 보였는데,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며 선후배의 신뢰 속에 차츰 승진해 가는 A선배가 대표적이다. “자식 같은 손님들에게 맛있는 밥 먹이고 싶어” 하는 B식당이 날로 번창하는 이유도 같은 것일 테다. 결국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느냐, 아니면 내적 동기에 충실한 채 매일 매일을 사느냐의 차이다. 목표 없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목표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단 말이다.

이쯤에서 저자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심리적 만족형’에서 중요한 것은 열정을 불러일으킬 액션 포인트라며, 자신의 액션 포인트를 찾는 방법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인생에 패자는 없다”는 도를 설파한다. “무엇이 성공인지 행복인지 재는 기준은 모두 다르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척도를 발견한다면, (중략) 성장할 수 있고 성공을 측정할 수 있다.”(190쪽)

불현듯 어디에선가 들은 듯한 ‘비밀’이다. “마음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 생각이 마음에 가득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인생에 나타날 것이다.” 수개월에 걸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인 『시크릿』의 지침이다. 생각이 현실이 되니 긍정적으로 ‘가장 멋진 당신’을 되풀이 생각하라는. 돈·건강·인간관계·행복 등 인생의 모든 면을 쥐고 풀 수 있는 신비의 열쇠.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라. 언제 기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면 이렇게 자문하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이 질문의 답을 찾고 거기에 몰입하여 기쁨을 느낄 때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기쁨을 주는 일과 사람과 환경과 사건과 기회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시크릿』 211쪽) ‘심리적 만족형’에게 제안했던 행동지침 그대로다. 내면에서 동기를 찾고, 그 열정으로 밀고 가라는.

그러고 보니 한국인에게 어필한 성공학 교과서는 대체로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참된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나뭇잎을 쳐내는 것과 같은 응급처치식 방법으로는 태도와 행동을 바꿀 수 없다. 이것은 뿌리, 즉 사고의 바탕이자 기본인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만 가능하다. 이 패러다임은 우리의 성품을 결정하고,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의 렌즈를 창조해 준다.”(『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하루에도 수십 종씩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는 꼼꼼히 읽어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불안한 현대인을 겨냥한 ‘자기 확신’의 지침들이다. 이제 나올 책은 다 나온 것도 같은데, 그렇다면 남은 책은 하나, 『자기계발서 절대로 읽지 마라』일 듯하다. 혹시 아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처럼 히트 칠지. 그것도 성공이라면 성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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