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작심하고 기업 불편 연내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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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오른쪽에서 둘째)이 13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부 업무보고를 받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열린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위원장 사공일 대통령특보)의 첫 회의는 “정부가 기업에 불편을 주는 것을 하나하나 올해 안에 해결하려고 작심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로 시작됐다.

이 위원회는 규제 개혁, 공공부문 개혁, 외국인 투자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핵심 과제들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 속에 탄생했다. 말하자면 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직할부대’다. 1970년대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인수위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을 지낸 사공일 전 재무장관이 위원장이다.이 대통령은 매달 한 차례 열리는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겠다고 거창한 회의를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하나씩 해결하려고 한다”며 “지금 어떤 분이 땅을 사서 허가를 받아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자칫 내 임기 안에 착공도 못 하는 그런 상황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위원회가 내놓은 첫 작품은 ‘산업단지 규제 개선 방안’이었다. 2시간여의 토론 뒤 청와대는 “과거 2∼4년 걸렸던 산업단지의 인허가를 6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시행자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 인허가의 예상 쟁점을 미리 걸러 주는 관계기관 합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발계획 승인과 실시계획 승인으로 나뉘어 있던 2단계를 1단계로 통합하고 ▶ ‘관계부서 협의→주민 의견 수렴→각종 위원회 협의’ 등의 단계적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민간과 수요자 시각에 의한 규제 개혁’이란 새 정부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관련 특례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규제 개혁은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아서 (공무원들은) 걱정이겠지만, ‘대충 된다’는 공무원들의 말에 솔깃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회의에는 “정부와 기업, 노동계와 각 지자체가 모두 함께 고민하자”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관계·재계·노동계·언론계를 망라한 20여 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특히 인수위 국가경쟁력특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이 특별고문으로 참석하고,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 한스 메어포르트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회장대행, 마사키 무라카미 서울 재팬클럽 소장 등 외국인만 네 명이 참석했다.

엘든 고문은 “홍콩 공무원들의 존재 이유는 기업 활동 방해가 아닌 서비스 제공”이라며 “외국의 좋은 사례를 실정에 맞게 활용하면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덕담 주고받은 노사=이날 회의엔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토론에서 장 위원장은 “위원장에 취임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한다고 말했는데 노동계도 할 수 있는 변화는 하겠다는 뜻”이라며 “노동계가 변화하는 자세를 보였으니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장 위원장이 경제계가 쇼크를 받을 만한 말을 했다. 노사 화합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고 화답했다.

◇규제 개혁 건의 봇물=회의에서는 또 민간 참석자들로부터 ‘경제 살리기’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각종 건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조 전경련 회장은 이날 발표된 산업단지 규제 개선 방안과 관련,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공무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조사의 경우 미리 지역별 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기업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경제단체의 규제개혁 신고센터나 TF(태스크포스)를 정부 관련 업무와 연결시켜 민관합동기구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하림의 김홍국 회장은 “지방에서는 개별 입지가 많은데 규제 개혁에 이 문제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대환 한국신문협회 회장은 “(산업단지) 용지 공급 가격 기준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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