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여수 선거지원 강연 첫날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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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은 손을 들지 않았다.金이사장은 여수고 동창회 초청 형식으로 여수 진남 실내체육관에서 강연을 했다.
과거처럼 두손을 들어올리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고개만 끄덕였다. 92년 대통령선거 뒤에 첫 전남 방문이었지만 최근 어수선한 민주당 사정을 의식한듯 굳어 있었다.여성당원이 걸어준 꽃다발도 금방 벗어버렸다.
金이사장은 이날 강연으로 본격적인 민주당 선거지원 순회강연을시작했다.이날 강연에서는 선거 관련 발언을 피했다.그러나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좀더 적극적인 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날 강연은 金이사장이 호남지역에서 다시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金이사장은 공항에 도착해 소감을 묻는 지방기자에게 『왜 못 올 곳이냐』면서 불편해한 것도 그 때문이다.다음달 11일에는 고향인 하의도도 방문할 예정이다.
金이사장이 호남지역을 방문하면 다른 지역 선거에는 손해를 볼수도 있다.
그러나 이기택(李基澤)총재와 갈등을 겪으면서 선거목표를 호남-서울로 축소한 것이다.
金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도 『특정 지역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나머지 지역을 차별하는 것이 패권주의』라면서 『이제까지 TK(대구-경북)패권주의와 PK(부산-경남)패권주의 시대를 살아왔으나 이제 각 지방이 수평적이고 대등한 권리를 갖 고 협조하는 지방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지역정당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호남지역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4대 선거가 한꺼번에 치러지면서 공천탈락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27일 강연장에서도 여수-여천 통합 실패에 불만을 가진 사람의 고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전남지사후보 당내 경선에서 보인 「김심(金心)」에 대한 반란도 자칫하면 주민들의 이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시민들의 반응도 대통령선거때처럼 열광적인 것은 아니었다.대중을 상대로 딱딱한 통일문제.국제문제를 얘기했기 때문인 지 강연도중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과거 金이사장 연설장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金이사장은 통일문제를 다루면서도 종종 선거지원 발언을 삽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좋은 정당,좋은 인물을 뽑아달라』고했다.이런 정치성있는 발언이 나올 때면 박수가 쏟아졌다.사회자도 『국회의원을 대표해 한사람만 호명할테니 박수를 쳐달라』고 한 뒤 전남지사로 나설 허경만(許京萬)의원을 불러세 우기도 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金이사장에 대한 이 지역의 애정이 식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
金이사장이 도착한 여수 공항에는 권노갑(權魯甲).유준상(柳晙相)부총재를 제외한 전남지역 의원 전원이 나왔고,공항 광장은 물론 앞길까지 당원들이 몰려 주변도로 교통이 한동안 마비됐다.
金이사장이 시내를 지나가자 얼굴을 알아본 시민들이 박수를 쳤고,어린 학생들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金이사장이 오찬을 한 오동도 앞바다에는 「김대중 환영」이란 노란 깃발을 단 모터보트 네대가 물살을 가르며 맴돌았다.
金이사장은 李총재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당무에 참가하지 않아내가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자신있게 선거에 나갈수 있는 태세를 갖출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金이사장은 『이종찬(李鍾贊)후보로 하면 수도권을 모두 이길 수 있음에도 당총재에게 결정을 일임했는데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李총재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내주중에는 가부간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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