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칸 ‘여성’이 반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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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을 부활하는 계획이 일단 보류됐다. 여성 전용칸이 성폭력 범죄 예방이라는 취지와 달리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여성단체들의 지적 때문이다. 여성 전용칸은 1992년 수원·인천을 오가는 국철과 지하철 1호선 구간에서 도입됐다 실효성이 작아 슬그머니 사라졌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6일 “여성 전용칸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뜻밖에도 여성단체들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며 “지난달까지 여성 전용칸을 도입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최근 10곳의 여성·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여성 전용칸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은 두 곳에 불과했으며, 반대 네 곳, 답변 유보 두 곳, 미회신 두 곳으로 나타났다.

반대한 여성단체들은 “지하철 성폭력 예방은 캠페인과 홍보·계도로 이뤄 나가야지 여성 전용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전용칸이 아닌 일반 객차에 타는 여성을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에는 여성 전용칸의 실효성도 없고, 자칫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해 남녀 간 불신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시철도공사는 앞으로 일주일간 여성 승객 14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전용칸의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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