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공포증 직장초년생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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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회가 변함에 따라 가치도 변한다.한때는 미덕으로 생각되던 일들이 어느새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취급된다.급변하는 개방화의 물결을 타고 사회는 점점 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요구한다.이러한 시대에 타고난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는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고 심하면 「대인공포증」이라는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면 지나치게 긴장되고 표정이 굳어지며 남들이 알정도로 손이 떨리면서 얼굴이 붉어져요.남의 시선에 대해 공포감을 느껴 대화할 때 말을 더듬게 됩니다.』 입사한지 2개월째인K(27)모씨는 대학교때도 새벽같이 나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서클에도 일절 가입한 적이 없는,4년내내 장학금을 받았던 모범생이었다.
이 병의 증상은 대개 청소년기인 10대 말부터 시작되지만 문제로 부각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따라서병원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20대 후반 직장 초년생들이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李時炯)박사는 『10여년전만 하더라도 남자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나 사회가 모든 부문에서 개방되고적극성을 요구함에 따라 요즈음은 여자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환자중에는 자기 얼굴이 너무 못생겼다고 느끼거나 자기 몸에서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회의석상이나 상사에게 결재받아야 할 때 전혀 일을 수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떠한 구실을 대서라도 이러한 일을 회피하려고 한다. 끝내 휴학을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심한 경우 집밖을 전혀 나오지 않고 병원에 오기전 자살을 기도한 환자도 있다. 이 병은 남이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느끼는 피해망상과는달리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가해망상으로 이로인해 2차적으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유교문화와 관계있는한국.일본.중국 등에 환자가 많은 것도 한가지 특징 .
앞서 말한 증상들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일반인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절대로 있을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가 병이라고 진단을 내려 병원에 찾아 올 때 객관적인 증상에 앞■ 이 질 환으로 진단 내린다. 실제로 환자들 대부분이 어느정도 연기를 통해 증상을 감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병이라 알기 어렵고 환자 스스로가 진단을 붙여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치료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들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환자에게 두려워할 것 없이 상황을 직면하라는 식의 주문은 절대 금물.
공포를 가장 적게 일으키는 자극부터 시작해 그것을 공포없이 견디게 되면 점진적으로 다음 단계의 공포자극을 주는 탈감작(脫感作)방법이나,환자를 공포상황에 노출시키 면서 그 공포를 능가할 수 있는 정반대의 감정을 유발하도록 자극을 주는 교환억제(交換抑制)방법 등의 행동치료가 주된 치료다.
같은 병을 가진 환자들을 함께 치료하는 집단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의 행동치료가 있으나 행동치료 방법보다는 환자의 협력자세와 치료자의 기술정도에 따라 치료효과가 차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黃世喜〈本紙의학전문기자.醫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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