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주한미군 감축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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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웰 벨(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주한미군을 더 이상 감축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한국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벨 사령관은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국 측에 “주한미군 병력을 당초 계획과 달리 더 감축하지 않고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려 하니 (미 정부가 확정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복수의 군 관계자가 전했다. 벨 사령관의 제안은 국방부뿐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보고됐다.

한·미 양국은 2004년에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이려는 미국 정부의 국방 개혁 일환으로 당시 3만7500명이었던 주한미군 규모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2008년 말까지 2만5000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규모는 2004년 5000명, 2005년 3000명, 2006년 1000명(당초 계획은 2000명)을 각각 감축했으며 2007~2008년에 나머지 3500명을 줄일 예정이었다.

군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벨 사령관이 주한미군 감축을 중단하기 위해 미 의회와 국방부, 육군성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벨 사령관의 제안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접어들며 국방 개혁과 관련해 의회에서 예산을 따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예산 문제로 군 현대화가 늦어지다 보니 주한 미 2사단의 중기갑여단과 포병·항공여단에 계획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주한미군을 2만5000명으로 감축하려면 아파치헬기 대대 같은 전투부대까지 추가로 빼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측은 벨 사령관의 제안이 일반 국민의 안보 정서에 부합하고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방부 측은 “감축 없이 현 규모가 유지될 경우 유지 비용을 우리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새 정부의 입장이 결정될 때까지 미국 측에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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