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경과의 5분 토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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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15면

서울 부암동 한적한 산자락에 위치한 고혜경의 집에는 비교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사진이 놓여 있다. 캠벨은 신화학자들로부터 이야기꾼으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고혜경은 그의 친근하고 쉬운 화법을 높이 친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점이 있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지질학으로 석사 논문을 받을 때 주변 사람들은 “논문을 무슨 소설처럼 썼느냐”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문득 예전에 품었던 소망을 떠올리고 신화와 꿈을 공부하게 된 고혜경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꿈을 노트에 기록해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꿈 작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쉽게 자기를 드러내게 돼요. 이건 꿈이니까 하고 방심하듯 말을 하지만 그 꿈이 솔직한 자신이거든요.”

그의 저서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도 “나를 찾는 탐색의 과정”에서 나온 책이다. “여성이란 자부심도 없었고, 그러니 공허하고 목마르고…. 그래서 문을 두드린 게 꿈하고 여신 공부였어요. 가부장적 시각으로 오염되지 않은 본래 여성의 힘과 신비를 내 안에서 체험하고 싶었어요.” 고혜경은 융 심리학을 공부한 정신분석가 로버트 A 존슨의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등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논문을 쓰면서 이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회의를 느끼던 중에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존슨이 머리를 감겨주는 꿈을 꾸고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남의 꿈에 다가갈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도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는 여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며 올 한 해를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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