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望月洞 참배 막을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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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광주(光州)망월동묘역 참배가 올해 또이뤄지지 못했다는 소식은 실망스럽다.유독 金대통령이 참배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金대통령이 아닌 다른 대통령이라도,대통령이 아닌 누구라도 망월동묘역을 참배하고 싶은 사 람이 참배를 못하게 된다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5.18광주민주항쟁의 숭고한 정신은 이미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온나라 온국민의 정신이며,당시를 겪은 우리세대만의 정신이 아니라 후손 대대로 이어져 나가야 할 정신이다.그렇다면 온국민누구나 망월동묘역 참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광주시민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참배하면서 그 정신을 가르쳐야 하고,심지어 당시 가해자편에있던 사람까지도 참회의 참배를 하는게 옳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부 학생들이 金대통령의 참배를 저지한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학생들은 12.12기소유예로 학살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논리를 내세워 대통령 참배를 막으려 했다고 하지만 그 문제와 참배는 관련 시킬 성질이아니다.12.12기소유예를 반대하고 기소관철을 위해 노력한다는것은 그것대로 할 일이지,그것을 이유로 민주항쟁의 정신을 기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참배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도 이젠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의 터널은 빠져나왔다.망월동의 참배저지.참배무산(霧散)과 같은 갈등에서도 이제 졸업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다.세계화에 살 길이 있고,세계화라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묵은 갈등에 속박되어있을 것인가.
우리는 일부 학생들의 참배저지 움직임이 광주시민들의 뜻이 아님을 안다.마침 광주시장은 같은 날 가칭 「광주평화선언」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이런 선언이 있든 없든 광주를 민주성지(聖地)와 평화도시의 이미지로 가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 .
우리는 망월동에서 참배저지니,참배무산이니 하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민주항쟁정신의 진정한 구현을 다시 한번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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