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로이스터 감독 “최소 4강 … 뭐든 다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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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까무잡잡한 얼굴에 기가 느껴지는 눈매, 말을 하지 않을 때 그의 인상은 청년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외국인인 데다 머리까지 짧아 56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감독들의 상징물인 ‘불룩한 배’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휘봉을 잡은 제리 로이스터(사진) 감독이 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37년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들을 롯데에 쏟아붓겠다”며 롯데 야구의 품질 개선을 약속했다.

그의 목표는 승리다. 로이스터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플로리다에 가족을 남겨두고 롯데로 왔다”며 “7위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 무조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기는 야구를 위해 ‘쫀쫀한 번트’도 피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의 큰 차이 중 하나인 번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작전은 다 소화시키겠다”는 대답이 나왔다.

구체적 목표를 물으니 “최소한 4위권 진입”이라고 말했다. “비디오 자료를 본 결과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지난해 4강에 가지 못한 건 실망스럽다. 지난 몇 년간 롯데 선수들이 보여줬던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롯데의 현재 전력에 대해서는 “투수력은 좋은데 득점력을 향상시키고 수비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로이스터는 “코치진과 많은 대화를 통해 외국인 감독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코치들한테 많이 맡기겠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는 ‘선수들의 감독’이란 평판을 듣는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는 스타일이란 뜻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날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날 밝힌 포부와 수비 코치로 잔뼈가 굵은 이력을 감안할 때 탄탄한 수비를 중시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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