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MB 수혜주’는 지주회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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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주회사를 다시 보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증시에 지주회사 바람이 일고 있다.

인수위가 출총제와 지주회사 규제를 손댄 이유는 기업 투자를 막고 있는 족쇄를 풀어주려는 의도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것보다 우선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의 투자가 올해 증권시장에서도 다시 한번 테마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8일 “새 정부의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볼 회사는 선발 지주회사와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규제 왜 푸나=지주회사는 부채 비율이 200%를 넘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와도 자기 돈이 충분치 않으면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

지주회사는 또 계열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5% 초과해 보유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다양한 투자기회를 엿볼 기회가 줄어든다. 인수위는 이 두 가지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지주회사는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빚을 끌어와서라도 인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은행에 쌓아둔 현금을 장래가 밝은 벤처기업이나 협력기업 지분에 투자할 수도 있게 된다. 다만 시민단체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심화될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어디가 수혜 볼까=지난해 8월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일반지주회사 36개, 금융지주회사 4개로 총 40개다. 2004년 22개에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당장 주목받는 종목은 이미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LG·SK·GS·CJ와 같은 선발 회사다. 일찍 지주회사로 전환한 덕에 부채 비율이 낮고 돈을 잘 버는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자금동원력도 앞선다.

미래에셋 김 연구원은 “대운하를 비롯해 앞으로 장래성 있는 큰 프로젝트나 기업 매물이 나오면 선발 지주사가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사 전환 예정기업도 역시 주목된다. 두산·한화·코오롱은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한진·신세계도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2001년 지주사로 전환한 LG의 시가총액은 무려 10배로 불었다”며 “지주사 전환 자체가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테마주는 지난해에도 급등했으며 지주사나 지주사 전환 예정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연 7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린 ‘CJ지주회사플러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연초 주춤했던 선발지주회사 주가는 8일 5~6% 오름세로 마감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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