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伊위기정국 새 돌파구-디니 총리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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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람베르토 디니 前재무장관이 전후(戰後)이탈리아의 제54대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前총리의 사임으로 촉발된이탈리아의 위기정국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디니 총리체제는 그러나 의회내 다수당이 없는 상태에서 탄생한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정치 공백과 리라貨 붕괴로 야기된 경제혼란 등 시급한 불을 끄는 한시적 과도정부의 성격에 머무를 전망이다.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사임 이후지난 3주동안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협의를 계속하면서▲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재지명▲베를루스코니가 아닌 새로운 인물에 의한 연정(聯政)구성▲제3의 인물 총리지명 등을 놓고 고심해 왔다.
스칼파로 대통령은 한때 베를루스코니의 재임명 쪽으로 기울기도했으나 연정에서 이탈한 북부동맹이 계속 반발하고 있어 의회인준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또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포르자 이탈리아」(전진 이탈리아)당을 배제한 채 새로운 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이들의 강력한 반발이 뻔해 정치불안이 가중될 위험을 간과할 수 없었다.결국 스칼파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총선에 서 전진 이탈리아당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었음을 인정,베를루스코니 계열의 디니 장관을 협상카드로 내밀어 일단 정국수습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끈질기게 주장해온 베를루스코니 前총리는 디니 장관의 총리임명에 동의하는 대신 비례대표제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대로 오는 6월 지방의회 선거에 맞춰 조기총선을 실시한 다는 내락을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니 총리내정자는 14일부터 인선작업에 착수,내주중 조각을 마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을주도한 중도및 좌파 정당들과 북부동맹은 베를루스코니가 포함되는정부와는 결코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디니가 전진이탈리아당에 편향된 조각을 할 경우 의회에서 총리 인준이 부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디니 내각이 기술관료 출신의 중립내각이며 한시적 과도내각의 성격이 분명한 만큼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일반적인 전망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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