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환경 도전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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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람들은‘현재’를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현재’라는 게 과연 언제일까요? ‘지금’입니까? 아닙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오직 기억 속의 ‘과거’와 기대하는 ‘미래’만 있을 뿐이지요. 존재하지도 않는 ‘현재’와 바꿀 수 없는 ‘과거’를 고민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인 ‘미래’의 도전과 기회에 집중해야 합니다.”
 
‘미래학의 대부’로 꼽히는 제임스 데이터(74·사진) 하와이대학 미래학연구소 소장은 e-메일 인터뷰를통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1967년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협회’를 만들어 미래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한 당사자다. 인터뷰는 그가엮은 책 『다가오는 미래』(예문)의 한국어판 발간에 맞춰 이뤄졌다. 『다가오는 …』는 그가 28명의 다른 미래학자들에게‘미래학이란 무엇이고 미래학자의 임무는 무엇인가’ ‘미래학은 기타 학문 및 실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 미래와 미래학에 대한 다섯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모아 펴낸 책이다.

그가 정의하는 ‘미래’란 “불가피한 일들의 장(場)이 아니라 결정되지 않은 복수의 ‘가능한 일들’의 장”이며, 미래학자의 임무는 “유일한 하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는 미래사회의 모습으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를 그리고 있다. ‘산업 사회’와 ‘정보화 사회’에 이은 모델이다. ‘드림 소사이어티’가 되면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핵심 국가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의미의 생산과 미학적 만족도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지요. 최근 대중문화들이 정체성과 미학적인 부분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경제발전의 주요 축이 되도록 정부 정책을 세운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을 정도로 미래에 대한 혜안이 뛰어나다” 고 했다.

그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2004년 한국인 제자와 함께 한류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이 드림 소사이어티로 진입한 첫번째 나라”라고 꼽은 바 있다. 또 1989년 당시 북한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 김일성 대학에서 미래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그는 올 2월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도 조언을 전했다.

“목표를 ‘경제 성장’에만 집중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환경적 도전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도 구시대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만 지향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회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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