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保手 수요 줄이는 노력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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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만원짜리 자기앞 위조수표의 출현은 우리나라 결제제도와 관행에 대한 반성의 좋은 기회가 돼야 한다.정밀한 컬러복사가 가능하게 된 지금과 같은 기술사회에서 수표위조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자기앞수표를 위조불가능 품질로 올려 만 드는 노력도있어야 하나 위조범을 상대로 수표용지 품질고급화만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소모적이다.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은행발행의 자기앞 수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도록 결제 신용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는 것이다.현재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는 현찰처럼 통용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신용 평가가 올라가지 못하고,또 비밀이 필요 한 거래도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어 현금과 자기앞수표의 수요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실명제의 실시여파로 현금-자기앞수표의 수요는 오히려 더 불어났다.
실은 컴퓨터의 발달때문에 개인의 신용이 은행의 신용을 대체할수 있는 기술적 환경은 눈부실 정도로 잘 정비되어가고 있다.개인의 신용이 통용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말해 개인수표와 신용카드의 활용을 본격화하는 것이다.세계 어느 나라도 은행의 자기앞수표를 우리나라와 같이 현금처럼 쓰는 나라는 없다.우리나라도 우선 세금.공과금 납부를 위시해 공공서비스 구매대금 결제를 현금이나 자기앞수표가 아닌 기업및 개인발행의 개인 수표,또는 신용카드로 대신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것은 세계화의 일환이기도 하다.미국(美國)에서처럼 개인수표나 신용카드가 은행에서 결제된 다음 발행인에게 되돌아 오면 그것은 가장 공신력 있는 영수증 역할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관행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확산시켜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신용을 사회의 가장 믿을만하고 근원적인 신용으로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이렇게 되면 신용을 잃는 개인은사회가 따돌리게 될 것이다.신용카드의 사용이나 가계수표의 일반화가 과소비나 사치를 부추긴다는 근거 없는 억측으로 이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것은 현금과 자기앞수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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