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래서 교육부와 교육정책 확 바꿔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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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 대입 수능시험 물리Ⅱ 과목 11번 문항의 정답이 두 개로 결론 났다.

복수정답 자체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입시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시작됐다. 전체 등급 배분율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추가 정답자의 점수와 등급만 상향 조정함에 따라 다른 과목 응시자와의 형평성에 금이 갔다.

이미 합격자 발표가 끝난 수시모집 재사정이 불가피해졌고 정시모집은 원서 접수 기간이 연장됐다. 게다가 이과·문과 간 교차 지원 수험생의 유·불리도 엇갈리는 등 전례 없는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장 한 명의 사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어차피 문 닫을 교육부, 사람 하나 자른다고 책임이 면제되나”라는 항의까지 나오겠는가.

 이번 파문은 잘못된 출제에서 비롯됐지만 출제 오류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교육정책 전반에 조종(弔鐘)을 울린 상징적 사건으로 봐야 한다. 단순한 출제 오류라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치하면 된다. 이의신청 심사 과정이 제 식구 감싸기 식이어서 사태가 확대됐다면 그것대로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대증(對症)요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정도로 현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정책은 비뚤어지고 곪아 터져 있다. 새 정부가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노 정부 출범 당시보다 사교육비는 33%나 늘어났고, 교육부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초·중·고생 중 우수 학생 비율이 줄고 기초학력 미달자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은 역시 대입 자율화다. 공정성·합리성·변별력 등 모든 면에서 부실투성이로 드러난 수능 등급제도 대학들에 자율권을 주면 급한 대로 폐지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뒤 대입제도, 공교육 회생, 교사평가 방안 등 교육정책의 전반적 틀을 새로 세우면 된다. 다시는 규제 만능과 평준화 집착이라는 미망(迷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