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진객이 선물한 두 병의 와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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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02면

한창 바쁜 시간인 토요일 오후 진객(珍客)이 편집국을 찾아왔습니다. 중앙SUNDAY 고정 칼럼니스트로 창간 이후 매주 매거진에 와인 칼럼을 써온 아기 다다시 남매. 그들이 국내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들의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신문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와인 두 병을 일본에서 가져왔습니다.

역시 프로라고 할까요? 자신의 저서인 ‘신의 물방울’에 나온 와인이더군요. 몽페라 2000년산과 부아드캉트냐 2001년산. 모두 프랑스 와인입니다. 몽페라는 지난해 초 ‘신의 물방울’에 소개되기 이전까지 국내에선 거의 찾는 사람이 없던 와인입니다.

아기 다다시가 ‘싸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싸지만 최고급을 능가하는 와인’의 예로 소개한 이후 국내에선 없어서 못 팔았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7만원대 중간가 와인입니다. 마고 3등급 와인 부아드캉트냐는 좀 더 비싸고 잘 알려진 와인입니다. 역시 아기 다다시 남매가 소개한 이후 국내 소비가 급등한 10만원대 상품입니다.

아기 다다시 남매가 사인한 와인라벨.

아기 다다시를 와인 칼럼니스트로 모시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신의 물방울’로 유명해진 이들은 별로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듯합니다.

접촉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 특파원이 장미 한 다발을 사 가지고 무작정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꼭 필요할 경우 이렇게 취재원이 지나는 길목이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뻗치기’를 기자들은 초년병 시절부터 훈련받습니다. 남매 가운데 작가 출신인 누나가 정성에 감동해 연재해 주겠다고 승낙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아기 다다시 남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최근 출간된 ‘신의 물방울’ 12권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13권에서는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중앙SUNDAY에 연재된 칼럼 등을 모아 중앙m&b에서 『와인의 기쁨』이란 책까지 출간하게 됐고, 이번에 출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했습니다.

굳이 아기 다다시 남매의 글을 받으려 애를 썼던 것은 와인과 관련된 글을 고정으로 싣고 싶었고, 가능하면 인지도가 높은 필자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와인에 대한 고정 칼럼을 생각한 것은 물론 1차적으로 와인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와인이란 것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적 함의를 가진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와인은 아기 다다시의 말처럼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 ‘세계의 어떤 음식과도 어울릴 수 있는 술’이란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가격을 떠나 와인은 매우 잘 정제된 문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술과 음식문화는 아직 다듬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술의 종류나 품질이 다양하지 못하고, 즐기기보다 취하려고 마시는 경향도 있습니다. 음식도 독특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경쟁력은 아직 모자랍니다. 술과 음식은 가장 원초적이면서 극히 고급스러울 수 있는 문화입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 발전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중견기업 오너 두 분의 대담도 마련했습니다(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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