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세계반도핑기구 “캐나다 달러 환율 약물보다 무섭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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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새로운 ‘적’을 만났다. ‘약물’이 아니라 ‘환율’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둔 WADA의 회계연도는 매년 8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다. WADA의 2007∼2008년도 예산은 미화 2300만 달러(약 211억원). 그 반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나머지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각각 지원받는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받은 예산의 집행이 캐나다 달러로 이뤄지는 데서 고민이 생겼다. 최근 미 달러 가치가 추락하고 캐나다 달러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WADA의 어려움도 커졌다.

 8월만 해도 미 달러의 0.93배였던 캐나다 달러는 최근 1.04배가 됐다. 즉 미화 1달러를 캐나다화 1달러로 바꿀 경우 예전 같으면 7센트를 거스름으로 받았지만, 지금은 4센트를 더 얹어줘야 한다.

 데이비드 하우먼 WADA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을 향해 “예산을 세울 때만 해도 분명히 지난해보다 4% 늘어난 규모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6%가 줄어든 규모가 됐다”고 푸념했다. 그렇다고 이미 이번 연도 예산 집행에 들어간 IOC와 각국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WADA는 기업 후원 문제를 적극 고려하고 있으나 이 역시 만만치 않다. WADA의 업무 특성상 후원을 원하는 기업은 대부분 제약회사다. 약품에 WADA 이름만 붙여도 안전성이 보장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약품 중 ‘금지약물’을 찾아내 이를 목록에 올리는 게 WADA의 주요 업무. 자칫 ‘이익의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WADA는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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