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북 외교라인 조금 부드러워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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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 외교 라인이 대폭 바뀔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8일 "외무성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63) 현 사무차관을 내년 1월 용퇴시키고 후임에 에비하라 신(海老原紳.59.사진) 인도네시아 대사의 기용을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외상은 정치인이 임명되며 실질적인 외교 실권은 관료 출신인 사무차관이 장악하고 있다. 현 야치 차관은 대북한 문제는 물론 한국.중국과의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초강경 주장을 펼쳐 온 인물이다. 노선이 같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왔으나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취임하면서 교체설이 거론돼 왔다.

신임 차관으로 내정된 에비하라 대사는 1998년 7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의 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주미 공사, 조약국장, 북미국장을 거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재임 당시는 내각관방 부장관보(외교담당)로 재임하며 실력자였던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총리 수석비서관과 주일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갈등과 설화를 일으켜 1년여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당시 이지마 비서관은 에비하라 부장관보의 퇴임을 요구했으나 야치 차관이 감싸 인도네시아 대사 부임으로 마무리됐다. 에비하라 내정자는 조약국장 시절 북한과 물밑접촉을 하던 당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심의관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등 대북 정책에선 강경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야치 현 차관보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무성 관료 서열 2위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외무심의관(정무)은 주미대사로 이동할 전망이다. 에비하라 내정자보다 두 기수 위인 그는 일본의 대북 강경정책을 주도하던 핵심 인물이다. 외무심의관은 아시아.대양주국장이자 6자회담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가 승진하고, 아시아.대양주국장에는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주미 공사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사에 국장은 대북 문제에선 원칙론자이나 북한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는 인물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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