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평화협상案 군부지도자 퇴진대상 명시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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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아이티 사태가 극적인 평화해결의 전기를 맞게 됨으로써 클린턴 美정부는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입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지난 15일 클린턴대통령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결사항전을 주장하던 아이티 군부 지도자들의 태도가 급선회한 것은 무엇보다미국의 가공할 무력 시위때문에 가능했다.특사로 파견된 카터 前대통령과 아이티 군부가 4차 마라톤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후(현지시간)美공군기 61대가 침공을 위해 발진했다는소식이 협상테이블에 전해짐으로써 막판 굴복을 받아내는 결정적인역할을 했다.
아이티 사태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는 몇가지 난제도 예상되고 있다.우선 카터 前대통령이 얻어낸 협상안에는 퇴진대상인물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퇴진조건도 모호한 부분이 있어 군부지도자 라울 세드라등 핵심인물이 「버티기」를 시도하며 미국을 애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미국은 세드라가 출국한다는 가정을하고 있지만 막상 그는 퇴진 후에도 아이티에 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또한 군부는 자신들에 대한 사면령이 마련되어야만 퇴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10월15일 까지는 사면령제정에 관계없이 무조건 퇴진할 것이라는 미국의 생각과 거리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미군의 아이티 주둔이 장기화될 경우 군부측 지지자들에 의한 테러위협과 「미국의 약소국가 침탈」이라는 국제사회의 곱지않은 시각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이 때문에 美의회는 미군의 조속한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 해놓고 있지만 美행정부는 올해 12월 아이티 대통령선거를 거쳐 내년 2~3월이나 되어야 철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철군시기를둘러싼 마찰도 예상된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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