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처녀 역할 해낸 할머니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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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공무원으로 10여 년 근무
≫ 평생 소원 방송인 꿈 성취

마포 FM 스튜디오에서 실버 출연자들이 단막극을 녹음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영자.전정숙.김형미.연제은씨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겁고 보람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어요.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수록 젊어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우리나라 최초의 소출력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인 마포FM(100.7MHz)에서 한 시간짜리 노인 프로그램 행복한 하루의 진행을 맡고있는 박영자(67)씨. 날렵한 행동이며 말투가 20, 30대 젊은이를 무색하게 한다. 실제로 박씨는 프로그램중 단막극에서 시집을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20대 처녀 역할을 훌륭히해내고 있었다. 박씨는 젊었을 때부터 방송을 해 보는 게 꿈이었다. 그는 인생 2막에서 그걸 이룬 것이다. "행복한 하루" 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박씨처럼 '늦깎이 꿈' 을 이룬 사람들이다.

연제은(69)씨는 1960년대 대학방송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김형미(64)씨는 대학 시절 한동안 교내방송에서 활동해 방송이 낯설지 않다. 전정숙(74)씨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오랫동안 몇몇 방송국을 출입하면서 직접 방송에 출연해보겠다는 은밀한 열망을 키워 왔다고 한다.

출연진은 지난 1월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 소정의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됐다. 하지만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프로그램을 기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방송
국 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대부분 노년층인 청취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노인들의 문제, 노인 세계의 애환이가득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최대 관심사는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 건강, 그리고 외로움같은 걸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방송이 과연 얼마나 있습니까.나이 든 라디오 스타들의 이구동성이다.

정규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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