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파업 분노만 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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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선수들의 파업으로 중단된지 2주일이지났다. 구단주와 선수들간의 대립은 여전히 팽팽해 빠른 시일내에 경기가 속개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메이저리그 파업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눈은 그리 곱지못하다.
매일 매일 즐거움을 제공하던 메이저리그가 중단된데 대한 아쉬움은 접어두고라도 미국의 국민적 스포츠였던 야구가 추악한「돈싸움」의 대결장으로 변해버린 사실이 싫은 것이다.
수십년동안 메이저리그는 미국인들의「꿈의 구장」으로 자리잡아왔고 거기엔 언제나 걸출한 영웅들이 있었다.
아직도 가장 위대한 선수로 여겨지는 베이브 루스는 아픈 어린이를 위해 자신의 홈런을 선물로 주는 여유를 가진 쾌활한「밤비노」(어린 예수의 상)였다.
모리스 버그는 생애통산 타율 2할4푼3리에 6개의 홈런밖에 날리지 못한 평범한 선수였지만 12개 국어에 탁월했던 언어능력,항상 라틴어 사전을 손에 들고다니는 성실함,2차대전중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스파이로서 경기장을 찾은 관 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영웅이었다.
이후로도 칼 얼스킨,로이 캄파넬라같은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들이있었기에 메이저리그는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더이상 야구에서 영웅을 찾으려고 하지않는다. 이제 메이저리그에는 연봉협상에만 혈안이 돼있는 사업가와,팬들은 외면한채 공식적인 서명기간에만 돈을 받고 사인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을뿐이다.
구단주와 선수들이 돈을 사이에 놓고 밀고 당기는 싸움을 계속하는 동안 미국의 어린이들은 야구카드를 모으는 대신 찰스 바클리.섀킬 오닐의 멋진 덩크슛 장면이담긴 농구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야구를 하지않으면 공부도 싫다」라고 외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메이저리그 파업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실망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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