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짐머 13년 야구감독 사임 3루담당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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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최고 권위와 영예의 자리인 메이저 리그의감독직을 13년간 수행한 후 다시 야구코치로 백의종군을 선언,전문 3루코치로 일하는 야구지도자가 있어 화제다.감독직에 한번오르기만 하면 실직자(?)가 되더라도 체면상 코치직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우리 풍토와는 판이하다.
현재 콜로라도 로키스의 3루코치 돈 짐머(63)는 지난 72년부터 91년까지 13년간 보스턴 레드삭스등 4개팀 감독으로 일해왔다.
89년 시카고 컵스 감독으로 93승 69패를 기록,내셔널 리그 1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얻기도 했던 짐머는 감독직으로 있었던 기간외의 나머지 12시즌은 줄곧 전문 3루코치로 활동했다.
짐머는 50년 마이너 리그 팀들의 플로리다 베로비치 훈련캠프에서 코치직으로 처음 프로야구계에 발을 디뎠다.20여년간 주로신인들의 조련사로 활약해온 짐머는 71년 몬트리올 엑스포스 3루코치로 처음 메이저 리그에 진출한 이후 줄곧 감독직 아니면 전문 3루 주루코치로 일해왔다.
전문코치로서의 그의 경력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짐머는 92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3루 주루코치에서 벤치코치로승격,제자인 돈 베일러감독을 보조했다.그러나 베일러에게 자신의조언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판단한 짐머는 시즌이 끝난 후 미련없이 코치직을 사임,야구계를 놀라게했다.
그러나 곧 콜로라도 로키스로 자리를 옮긴 베일러로부터 화해의전화가 와 결국 다시 그와 함께 지금까지 원래 자리인 3루 주루코치로 일하고 있다.
『내가 명 코치로 인정받는 것은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짐머는 『3루 주루코치의 제1 요건은 무엇보다도 과감하고 신속한 판단력』이라고 자신의 3루코치관을 피력한다. 이제 겨우 출범 13년째인 우리 프로야구는 최근 지도자들의 早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와 비교해볼때 45년간 프로야구에 몸담아온 짐머의 경력이 놀라울 뿐이다.
〈李炫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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